마스터스 골프 1라운드, 공동 3위로 선두와 2타차
“임팩트 정확하고 편해”… 양, 13번 아멘홀서 이글
‘야생마’ 양용은(39)은 요즘 “당근보다 고구마를 더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다. 흔히 ‘고구마’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클럽 예찬론자가 됐기 때문이다. 7일 밤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개막한 마스터스에서도 그랬다.
그는 이번 대회에 테일러메이드 레스큐 TP라는 하이브리드 클럽을 로프트별로 4개나 챙겼다. 드라이버와 3번 우드를 포함하면 가방이 온통 우드의 헤드 커버로 채워져 ‘남자 김미현이냐’는 농담까지 나왔다. 아이언은 6번부터 준비했다.
최경주(42) 역시 롱 아이언과 우드의 장점을 섞은 아담스골프의 ‘아이디어 프로 a12’ 하이브리드 클럽 4개를 2주 전부터 테스트하다 대회 때 3개를 갖고 나왔다. 최경주의 전담 캐디 앤디 프로저는 “헤드 커버가 7개나 된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오거스타의 딱딱하고 굴곡이 심한 그린에 공을 세우기 편하고 러프에서도 쉽게 띄울 수 있다는 게 클럽 교체의 이유. 둘은 실전에서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날 1라운드에서 양용은과 최경주는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3위에 오르며 공동 선두 로리 매클로이(북아일랜드)와 알바로 키로스(스페인)를 2타 차로 쫓았다.
양용은이 아멘코너의 마지막 홀인 13번홀(파5)에서 낚은 생애 첫 마스터스 이글이 하이라이트였다. 핀까지 240야드를 남기고 17도짜리 하이브리드로 공을 컵 33cm에 붙여 가볍게 2타를 줄였다. 현지 언론은 대회 사상 3번밖에 나오지 않은 앨버트로스가 될 뻔한 베스트 샷이라고 극찬했다. 양용은은 15번홀(파5)에서도 두 번째 샷을 핀 6m에 떨어뜨린 뒤 2퍼트로 버디를 추가했다.
양용은은 “롱 아이언보다 임팩트가 정확하고 거리 조절도 간단하다. 고탄도의 구질을 구사하는 데도 수월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최경주 역시 “점점 손에 익고 있다. 상당히 편해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용은은 공동 선두까지 나섰다 17, 18번홀을 연속 보기로 마무리한 게 아쉬웠던 반면 최경주는 막판 6개 홀에서 5개의 버디를 잡는 뒷심을 보였다. 골프에는 ‘24/38룰’이라는 게 있는데 대부분 골퍼들은 24도(로프트)보다 낮고 38인치(샤프트 길이)보다 긴 아이언을 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주말 골퍼에게 무용지물처럼 여겨지는 3, 4번 아이언을 대신한 고구마가 양용은, 최경주에게 효자 노릇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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