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 글러브 길들이기의 명인으로
통하는 이전형 씨.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사회인 야구 전성시대다. 국민생활체육회에 등록된 사회인 야구팀은 5300여 개. 등록되지 않은 팀까지 합하면 동호인 수는 20만 명에 이른다. 보는 야구에서 이제는 직접 치고 던지는 야구의 시대가 열렸다. 사회인 야구 열풍을 이끄는 사람과 풍경들을 소개한다.》
청소년기에 야구를 해본 사람이면 새 글러브를 산 날 밤에 했던 통과의례를 기억할 것이다. 뻑뻑한 새 글러브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무거운 사전을 올려놓고 잠들었던 추억 말이다.
하지만 요즘 야구 동호인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전문 노하우와 기술로 무장한 ‘글러브 길들이기’의 명인(名人)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50점인 사람이 길이 잘 든 글러브를 낀다고 100점이 되진 않지만 100점인 사람이 나쁜 글러브를 사용하면 50점이 될 수 있다는 게 명인들의 말이다.
○ 끈 풀어 형태 다시 잡는 기법 처음 활용
글러브 길들이기의 대표주자는 글러브 끈을 풀어 형태를 다시 잡는 기법을 처음 사용한 이전형 씨(34·cafe.daum.net/yagulang 운영)다. 이 씨는 2001년 성균관대 야구동아리 킹고의 주장 시절 야구 장비를 직접 수리하면서 글러브 길들이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2003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야구용품사 ‘조이리 글러브’의 창립 멤버 출신이다. 2007년엔 일본 야구용품점에서 일하며 스팀 길들이기 비법을 전수받았다. 프로야구 선수 임태훈 정수빈(이상 두산), 황재균 전준우(이상 롯데), 추승우(한화) 등의 글러브가 그의 손을 거쳤다.
○ 매월 100여 개 손질…“오일 많이 바르면 가죽 손상”
매월 100개 이상의 글러브를 길들여 줄 것을 요청받는 이 씨는 “사회인 야구 붐이 일면서 잘못된 글러브 길들이기가 유행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오일과 스팀기계를 과용하는 것은 지성 피부에 바셀린을 온몸에 바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죽에 오일을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스팀을 3분 이상 사용하면 글러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포구면(Pocket·글러브 손바닥 부분)보다는 웹(Web·손가락 그물 부분) 부분에 길들이기를 집중하는 행위도 좋지 않다고 했다.
수익금의 일부를 야구 발전 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는 박상민 씨(cafe.daum.net/gloveas 운영), 바비(cafe.daum.net/basestory 운영) 등도 이 씨와 견줄 만한 글러브 길들이기의 신흥 명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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