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2명의 한국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추신수(29)와 LA 에인절스 최현(미국명 행크 콩거·23)이다. 최현의 국적은 추신수와는 달리 미국이다. 그러나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등 그의 정서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9일 홈 개막전에서 선발 포수로 나선 최현을 에인절스 라커룸에서 만났다. 그는 “개막전은 특별하고 흥분이 된다. 에르빈 산타나 투수가 잘 던졌는데 홈런을 맞은 게 아까웠다”며 패배의 아쉬움을 삼켰다. 자신을 코리안-아메리칸이라고 한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으나 말은 잘 못한다. 그래도 내 피는 100% 한국인의 피다”고 말했다. LA 에인절스 미디어북 개인 신상란에 기재된 최현의 풀 네임은 현초이 ‘행크’ 콩거라고 돼 있다.
최현은 고교 시절부터 야구 솜씨를 인정받은 유망주다. 2006년 명문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진학 예정이었으나 에인절스가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뽑자 프로행을 택했다. 그의 아버지 최윤 씨는 연봉이 꽤 높은 직장을 포기하고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 최 씨는 젊었을 때 농구를 했다. 186cm에 99kg인 최현은 그런 아버지의 당당한 체격을 닮았다.
미국에선 여름방학 3개월 동안 고교 선수들을 모아 ‘트레블러스팀’을 만들어 원정을 다니며 게임을 한다. 경비도 만만치 않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윤 씨는 안정된 직장을 포기했다. 최현은 이달 6일 탬파베이 원정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때린 뒤 인터뷰에서 “홈런볼을 찾아 꼭 부모님에게 드리고 싶다”고 했다. 결국 홈런볼을 주운 팬에게서 연락이 와 방망이와 사인볼을 대신 주고 감격의 볼을 부모에게 전했다.
올해 최현이 개막전 25명 엔트리에 합류할지는 미지수였다. 최현은 “시범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 시범경기를 마치고 짐을 싸려고 했는데 코칭스태프가 엔트리에 합류했다고 해 너무 기뻤다”며 지금까지도 흥분된 표정이었다.
올해 2경기에 선발 포수로 출전한 최현에게 타격이 좋아 공격형 포수로 인정받지 않느냐고 하자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포수에게 항상 수비를 요구한다. 타격은 일종의 보너스다. 선발 명단도 경기 직전에 발표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현의 기사는 미국 현지보다 국내에서 더 많이 보도된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데 부모님이 인터넷을 보고 내 기사가 나왔다고 말해주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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