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형, 넘겠다” “또, 이겨주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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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형-동생… 허재-강동희 감독 16일부터 챔프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셨어요.”

KCC 허재 감독(46)은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농구연맹(KBL) 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스승인 정봉섭 전 중앙대 감독(68) 얘기를 꺼냈다. 정 전 감독이 며칠 전 전화를 해 “(너랑 동희랑 결승에서 만나) 소원을 풀었다. 보기 싫게 항의하고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전 감독은 1980년대 중앙대 전성시대를 이끌며 허 감독과 동부 강동희 감독(45) 등 숱한 스타를 길러낸 대학 농구의 대부다.

○ 허재 vs 강동희

중앙대와 기아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1980, 90년대 한국 농구를 휘어잡은 선후배가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적으로 맞닥뜨린다. 후배인 강 감독이 허 감독에게 도전하는 형세다. 84학번인 허 감독은 86학번인 강 감독의 2년 선배다.

“그동안 형한테 이긴 기억이 별로 없어요. 형을 넘어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요.” 강 감독은 현역 시절 송도고와 상무, LG에서 뛰면서 용산고, 기아, TG삼보 소속이던 허 감독과 맞붙어 실제로 이긴 적이 별로 없다. ‘코트의 마술사’로 불리며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였지만 ‘농구 천재’ ‘농구 대통령’으로 불린 허 감독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허 감독은 “동희와의 결승전을 늘 기대해 왔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제일 좋아하는 후배지만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너무 크다. 이기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신선우, 전창진(이상 3회), 최인선, 유재학(이상 2회) 감독에 이어 다섯 번째로 2회 이상 챔프전 우승 사령탑에, 강 감독은 사상 첫 정규리그 4위 팀 우승과 함께 선수(기아), 코치(동부)에 이은 감독 우승에 도전한다.

○ 김주성 vs 하승진


감독 대결에서는 동부가 도전하는 입장이지만 간판선수 싸움에서는 KCC가 도전장을 던졌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장훈이 형을 이겼어요. (김)주성이 형이라는 큰 산을 또 만났는데 젊은 패기를 앞세워 반드시 뛰어넘겠습니다.” KCC 하승진(26)은 동부 김주성(32)을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국내 최고의 선수라고 치켜세우면서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김주성은 “승진이 컨디션이 매우 좋은 것 같아서 부담이 된다”면서도 “다른 선수들이 못해낸 승진이에 대한 수비를 제가 한번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응수했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두 팀의 첫 경기는 16일 KCC의 홈인 전주에서 열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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