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피칭 스타일 투구수 증가 단점
완급조절 투수 변신 시도 제구력 흔들
오직 승리! 숙제 미루고 전력투구 복귀
“일구일구 최선…더 이상 부진은 없다”
늘 전력을 다해 공을 던지는 SK 에이스 김광현은 올해 한화 류현진처럼 완급 조절형 투수로의 변신을 꿈꿨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시련을 겪자 일단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투구를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스포츠동아DBSK 김광현은 국내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2008년부터 3년 연속 2점대 방어율을 기록했고 2008년과 2010년 두차례나 다승왕에 올랐다.
가장 높은 탑을 자랑하는 그의 투구폼은 힘이 넘치고 그가 던지는 슬라이더는 타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올해 김광현의 목표는 15승과 4년연속 2점대 방어율이다. 김일융(삼성), 송진우(한화)가 3년 연속 2점대 방어율을 기록했지만 4년 연속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왼손투수는 아직 없다.
또 한번 최다승을 한다면 통산 3번째 다승왕을 차지한 최초의 왼손투수가 된다. 시즌 초반 김광현의 출발은 불안하다. 3경기에 나가 1승도 못했고 2차례는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팬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SK가 자랑하는 에이스 김광현이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말하는 김광현
▲“완급조절 어렵네요. 다시 제 공 던질 겁니다.”
김광현은 데뷔후 4년 동안 많은 것을 이뤘다. 최다승과 방어율,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3차례나 했다. 2008년에는 리그 MVP가 됐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까지 4년동안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김광현은 항상 공을 전력으로 던지는 투수다. 5-0으로 앞서고 있어도 무사 3루 위기에서 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항상 온힘을 다해 던지니까 투구수가 많아지더라구요.”올해는 ‘변신’을 꿈꿨다. 좀 더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 한화 류현진처럼 완급조절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완급조절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맞춰잡기 위해 던진 공이 안타가 되고 전력으로 던지던 습관 때문에 컨트롤에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시즌초반 부진의 큰 원인이다.
4월16일 넥센전에서는 5회 2사 이후에 무너졌다. 3-1로 앞서 있었고 주자도 없었다. “박경완 선배가 오윤이 초구를 친다고 알려줬어요. 슬라이더를 던져서 맞춰잡으려고 했는데 그게 2루타가 됐어요.”‘아! 잘못생각했구나’후회가 됐다.
집중하지 못하면서 3개의 볼넷을 연거푸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시 제 피칭을 할 생각입니다.”완급조절은 잠시 미루고 공하나 하나를 예전처럼 다시 전력으로 던질 생각이다. “저 때문에 팀이 흔들리면 안되니까 일단은 이기는데 전념하려구요.”
▲“박경완 선배는 제 마음을 읽어요.”
“오늘은 네 마음대로 던져라. 고개를 마음껏 저어도 좋다.”포수 박경완이 경기전 루키 김광현에게 말했다. 2007년 5월14일 KIA전에서 김광현은 7번째 등판만에 프로 첫승을 거뒀다. “그날은 안산공고 시절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가 던지고 싶은대로 던졌죠.”
그 이후부터 박경완은 김광현이 던지고 싶은 공을 알고 있다는듯 척척 사인을 내줬다. “한 경기만에 저를 완전히 파악하신 거죠. 박경완 선배는 투수와 타자의 마음을 다 읽는 것 같아요.”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한 뒤 박경완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해 화제가 됐다.
“제가 완투를 하면 항상 포수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거든요. 경기가 끝난 순간 완투는 아니지만 수고하셨다는 의미로 인사했어요.” ▲“현진이 형 다양한 투구패턴이 부러워요.”
다양한 투구패턴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올해는 커브와 스플리터를 좀 더 많이 던지고 있다. “커브는 고교시절에 잘 던졌던 기억이 있고 스플리터는 지금 만들어 가는 단계입니다.” 그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바깥쪽 직구다.
“바깥쪽 직구는 어떤 타자도 치기 어려워요. 지금 가장 바라는 게 있다면 바깥쪽 직구의 완벽한 컨트롤입니다.” 김광현 하면 직구와 슬라이더가 떠오른다. 앞으로 커브와 스플리터, 그리고 바깥쪽 직구가 좀 더 강해진 김광현을 상상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이상훈은 우상! 린스컴도 좋아하죠
학창시절 그의 우상은 이상훈(LG∼SK)이었다. 마운드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이 좋았고 그가 등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상훈과 김광현은 다승왕을 두차례 차지한 유일한 왼손투수다.
외국투수 가운데는 자신과 투구폼이 닮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린스컴을 좋아한다. 3년 연속 200이닝, 200탈삼진을 기록한 린스컴은 컨트롤도 수준급이다. 김광현은 처음 투수가 됐을 때부터 지금 폼으로 던졌다. 정교한 컨트롤이 쉽지 않은 폼이지만 린스컴을 보면서 자신도 좀 더 정교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공 하나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
김광현의 초반 부진은 심리적인 요인이 컸다. 마운드에서 좋은 생각보다는 불필요한 생각이 많았다. “나를 믿지 못했어요. 공 하나를 좀 더 소중하게 던져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죠.”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직후 선수들에게 “이제 우승은 과거다. 내년을 준비하자”고 했다. 김광현은 초반 부진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공 하나 하나를 좀 더 소중한 마음으로 던질 겁니다. 지금 제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김광현
광현이가 스스로 초반 위기를 이겨나가기를 바란다. 감독으로서 에이스의 부진탈출 해법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지켜보고 있다.
광현이는 2007년 감독과 선수로 함께 SK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남달랐다. 주관이 뚜렷했고 최고 투수의 자질이 보였다. 특징있는 폼을 그대로 살리면서 지켜봤다. 감독생활을 하면서 신인에게 1년이 넘도록 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선수는 김광현 뿐이다.
김광현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수 있다. 그게 매력이다. 이제는 마운드에서 타자와 놀 줄 아는 투수가 되어야 한다. 20승을 할 수 있는 투수이고 SK의 변함없는 에이스다. 그러나 관건은 컨트롤이다. 불펜투입은 한 두 번 더 선발등판을 지켜보고 난 뒤에 하겠다.
○포수 정상호가 말하는 김광현
구종이 다양해졌고 완급조절도 신경 쓰고 있다. 이미지 변화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인데 초반에 애를 먹고 있다. 올시즌 광현이의 커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좀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예리해질 것이다.
2005년 상무시절 청소년대표 김광현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타석에서 경험했던 커브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광현이는 팀의 에이스다. 수비에서나 공격에서나 광현이의 첫승을 위해 좀 더 집중할 생각이다. 에이스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아마 다른 선수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 김광현?
○생년월일=1988년 7월 22일 ○출신교=덕성초∼안산중앙중∼안산공고 ○키·몸무게=187cm·83kg(좌투좌타) ○입단=2007년 SK 1차 지명 ○국가대표 경력=2008베이징올림픽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1년 연봉=2억7000만원 ○2010년 성적=31경기 193.2이닝 17승7패(다승 1위) 방어율 2.37 탈삼진 18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