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1사 1·3루, 2회 2사 1·2루, 3회 1사 1·2루, 5회 1사 1·3루, 6회 1사 만루…. 19일 잠실 두산전이 끝나고 넥센이 기록한 잔루수는 무려‘12’였다. 타자들의 결정력 부족에 김시진 감독(사진)의 시름이 한층 깊어졌다.
20일 잠실구장. 김 감독은 “캠프 때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볼을 쳤는데 타자들의 타격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며 “정해진 훈련시간 이후에도 스윙하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표시가 안 난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10년간 개인통산 타율 0.331에 빛나는 장효조 삼성 2군 감독과 1984년 포수 최초로 타격 3관왕(타율 타점 홈런)에 오른 이만수 SK 2군 감독 등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타자들의 얘기를 꺼냈다.
김 감독은 “장효조 선배는 타격이 좋지 않다 싶으면 룸메이트를 다른 방으로 보내고 침대를 방 한쪽에 밀어놓고 공간을 만들어서 새벽 3시까지 방망이를 휘두르곤 했다”며 “이만수는 방이 아닌 옥상으로 올라가 홀로 3∼4시간 계속 스윙을 한 뒤 새벽기도를 갔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 타자들이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또 하나, “야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즐길 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타석 앞에서 만루가 되기를 기다리는 선수가 있는 반면, 찬스가 오지 않길 바라고 찬스가 오면 불안해하는 선수들이 있다”며 “전자가 확실히 야구를 잘 한다. 상황을 즐길 줄 알아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