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팍팍’ 꽂던 박찬호, 이젠 ‘살살’ 달랜다

강속구 → 기교파 투수 변신

‘코리안 특급’ 박찬호(38·오릭스·사진)가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성공 시대를 열고 있다. 그는 22일 세이부와의 홈경기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7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으며 4볼넷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해 일본 무대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박찬호의 이날 투구는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선수 최다승(124승)을 거뒀을 때와는 달랐다. 그가 던진 공 108개 가운데 직구는 43개(39.8%)에 불과했다. 그 대신 변화구가 60%를 넘었다. 슬라이더 36개, 체인지업 14개, 변형 직구인 컷패스트볼(일명 커터) 8개, 커브 6개, 슈트 1개 순이었다.

박찬호는 1990년대 후반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졌을 당시에는 직구 비율이 70%를 넘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시절인 2009년에는 50%대로 줄었다.

박찬호는 시즌 첫 경기인 15일 라쿠텐과의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된 뒤 “포수의 요구에 따라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고 말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대 초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세이부와 경기에서도 직구는 최고 146km가 나왔지만 나머지는 140km 초반이었다.

박찬호가 세이부의 27타자를 상대로 한 승부구는 변화구가 15개(56%), 직구가 12개였다. 안타 3개는 모두 밋밋한 직구를 던지다 맞았다. 삼진 6개 가운데 결정구는 변화구가 4개, 직구가 2개였다. 5, 6회를 제외하고 매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변화구로 노련하게 막아냈다.

양상문 SBS 해설위원은 “30대 후반의 박찬호에게 예전 같은 강속구를 기대하긴 어렵다. 직구의 힘이 떨어진 탓에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