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황보관 감독 전격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성적부진 이유 112일만에… 최용수 코치 대행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의 E조 경기가 열린 우디네 훌리울리 경기장. 프리킥 찬스에서 최순호가 슬쩍 공을 밀어주자 황보관이 달려들며 대포알 같은 슛을 날렸다. 공은 25m를 날아가 그물에 꽂혔다. 시속 114km. 당시 월드컵 사상 최고 스피드를 기록한 슛이었다. 한국은 1-3으로 졌지만 황보관의 이 캐넌 슈팅은 팬들의 가슴속에 오래 남았다.

하지만 ‘캐넌 슈터’ 황보관의 지도자 인생은 그처럼 속 시원하지 않았다. 올해 1월 5일 FC 서울 감독에 취임했던 황보 감독은 112일 만인 25일 자진 사퇴했다. 사실상 역대 최단명이다.

2007년 7월 부산 지휘봉을 잡았다가 올림픽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17일 만에 팀을 떠난 박성화 감독이 있었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불명예 퇴진한 것은 아니었다. 박 감독에 이어서는 지난해 포항의 레모스 올리베이라 감독이 122일 만에 물러났다.

서울대 출신인 황보 감독은 일본 프로축구 오이타 트리니타 감독과 부사장을 지내 경기와 행정에 모두 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서울에 부임한 후 ‘판타스틱 4’로 불리는 몰리나, 제파로프, 데얀, 아디 등 화려한 용병 선수들을 팀 전술에 융화시키지 못했다. 하대성 최태욱 등 주전들의 잇단 부상도 전력을 약화시켰다. 지난해 우승팀 서울은 최근 광주에 0-1로 지며 1승 3무 3패로 14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관 때문이야”라는 팬들의 비난이 잇달았다. 서울은 당분간 최용수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팀을 꾸려갈 방침이다. 황보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에 앞서 황보 감독과 함께 1990년대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최순호 전 강원 감독도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하차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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