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12일 만인 25일 황보관 FC 서울 감독이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사퇴하자 한 축구인은 “황보 감독은 서울이 만들어낸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사실 황보 감독은 들러리나 마찬가지였다. 취임했을 때 수석코치를 비롯해 스태프는 이미 구성된 상태였다. 수석코치는 모그룹인 GS의 오너가 선수 시절부터 아껴온 최용수 코치였고, 몰리나를 성남에서 영입하는 등 팀의 핵심 선수들도 이미 다 뽑았다. 명색이 감독이라면 수석코치부터 자기가 임명해 자기 색깔을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황보 감독은 남이 짜 놓은 판에 굴러 들어간 돌멩이 신세나 마찬가지였다. 한 지인은 “황보 감독이 팀을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구성하지 못해 힘들다는 소리를 자주했다”고 전했다.
K리그 1승 3무 3패, 승점 6점으로 16팀 중 14위. 서울이 지난해 챔피언에서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자 황보 감독은 “성적이 나쁘면 당연히 감독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24일 광주에 0-1로 진 다음 날 사퇴를 결심했다. 나도, 구단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구단은 26일 오전 언론사에 ‘황보관 감독 성적 부진 책임지고 자진 사퇴’라는 보도 자료를 뿌렸다.
프로 스포츠에서 성적은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사령탑 선임을 두고 서울이 보여준 행태는 프로답지 못했다. 지난해 우승을 이끈 넬로 빙가다 감독 때도 시즌 중반부터 감독 교체설이 흘러나왔고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는데도 내치고 말았다. 서울은 황보 감독 선임 땐 ‘국가대표 출신이고 J리그 오이타 감독과 부사장까지 해 마케팅에도 능하다’며 영입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성적이 부진하자 ‘일본에서 너무 오래 있어 한국 선수를 잘 몰라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등 구단 내부에서 바로 비판론이 흘러 나왔다.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팬들이라면 모를까, 구단이 판단해 선임한 감독이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다고 바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것은 ‘누워서 침 뱉은 격’이다. 그래서 서울을 잘 아는 축구인들은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