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명구(31)는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올해 1군에서 붙박이로 기용되고 있다. 어느 팀에나 있는, 조연급의 감초같은 선수다. 그러나 올해 그는 새삼 야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2003년 탐라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강명구는 지난해까지 1군에서 한 시즌도 규정타석을 채워본 적이 없다. 상무에서 뛴 두 시즌을 제외한 프로 6년간 1군 344게임에 출장했지만 167타수 35안타(0.210)에 홈런은 한개도 없는 1.5군 선수였다. 발 빠르고, 내외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야수지만 그뿐이었다.
강명구에게 기회가 찾아온 때는 지난해 12월 결혼에 이어 류중일 감독이 새로 팀의 지휘봉을 쥐면서부터다. 류 감독은 “성실하고, 쓰임새가 많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올시즌 개막과 동시에 강명구를 1군 멤버로 중용하고 있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강명구도 대주자로든, 대수비로는 제몫을 해내고 있다. 대수비로 출장한 4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선 데뷔 9년 만에 첫 홈런을 터뜨렸다. 또 올시즌 6차례 도루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그 중 대주자로 나갔을 때만 5도루다.
강명구는 1일 “작년까지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음자세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니까 나를 둘러싼 상황도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며 “난 가코의 대주자로 나가는 일이 많다. 그래서 가코가 살아나가야 내 연봉도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후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은데 홈런을 치고 난 뒤에도 아내(고승미 씨)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복덩이’라고 말해줬다. 장모님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