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시진 감독은“깨끗이 졌다”고 했다. KIA 조범현 감독은 “선발 윤석민(사진)의 완벽한 피칭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패장과 승장의 한마디에서 이 경기를 누가 지배했는지가 명확히 드러났다. 그는 대만민국 최고의 우완투수 윤석민(KIA)이었다.
KIA는 4월27일부터 5월3일까지 1주일 동안, 6경기에서 1승5패로 부진했다. 주축타자들이 부상으로 빠진 타선 뿐만 아니라, KIA가 자랑하는 선발진도 부진했다. 로페즈, 윤석민, 트레비스 등이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윤석민은 “초반에 점수를 주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부족했었다”고 털어놓았다.
4일 목동 넥센전. 선발 등판한 윤석민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1회말에는 선두타자 김민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1루수 김주형의 실책으로 기분 나쁜 점수를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넥센 타자가 홈플레이트로 돌아온 것은 1회가 마지막이었다. 윤석민은 8회까지 2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2승 신고였다.
올시즌 최고의 피칭은 승리 뿐 아니라 자신감까지 선물했다. 윤석민은 현역 가운데 가장 변화구 습득속도가 빠른 투수로 손꼽힌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는 변형포크볼까지 장착해 “존재하는 구종은 다 던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윤석민의 큰 장점은 볼끝 좋은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다.
윤석민은 4일 경기에서 가장 확실한 이 2가지 구종을 중심에 두고 넥센타자들을 상대했다. 117개의 투구수 가운데 직구(43개)와 슬라이더(39개) 비중은 70%를 넘었다. 최고구속 153km의 직구와 144km의 슬라이더에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스윙이 잦았다.
윤석민은 “지난번(4월28일 광주SK전)에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91개) 체력적으로나 모든 면이 좋았다. 특히 직구 볼끝이 마음에 들어 씩씩하게 투구했다”고 에이스다운 소감을 밝혔다.
목동|전영희 기자 (트위터 @setupman11) setupma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