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현영민, 최용수를 춤추게 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후반 42분 결승골… 서울, 상주에 4-3 승리
제주 신영록, 대구와 경기중 쓰러져 의식불명

제주 신영록
제주 신영록
목마른 두 감독이었다. 한 명은 그동안 좀처럼 입지 않았던 양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가 상의를 다시 벗었다. 지난 경기에서 퇴장당해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다른 한 명은 왼손에 끼고 있던 묵주 팔찌를 벗어 움켜쥔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숨이 막힌 두 감독 모두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8일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정규리그 상주-서울 전. 후반 28분 서울의 데얀이 올 시즌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2로 앞서 나간 지 1분 뒤. 상주의 김정우는 수비수를 제치고 강슛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정규리그 8경기에 나서 8골. 그는 공중제비를 돈 뒤 화살을 쏘는 듯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일본 프로축구에서 본 세리머니를 기억해 뒀다가 이날 재연했다. 득점 선두인 그의 준비된 세리머니였다.

이때 서울 벤치에선 현영민이 교체 사인을 받고 준비 중이다가 김정우의 화려한 골 세리머니를 보고 주춤하고 있었다. 경기가 다급하게 흘러가 자신이 투입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복을 벗어 제친 서울의 최용수 감독대행은 주저 없이 현영민을 투입했다.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2분 서울의 프리킥 찬스. 현영민이 키커로 나섰다. 올 시즌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그의 첫 슈팅은 강력하게 날아가 상주의 그물을 세차게 흔들었다. 4-3 서울의 승리. 최 감독대행은 선수들과 그라운드에 몰려 나가 펄펄 뛰며 환호했다. 객석에서 구단 관계자를 불러 원격 지휘하던 상주 이수철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이 빛났다. 최 감독대행은 상주 선수들에 강하다고 여긴 방승환을 선발 투입했다. 방승환은 데얀의 첫 골을 어시스트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또 후반에 현영민을 투입하며 족집게 용병쇼를 펼쳤다. 이수철 감독도 전반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던 김정우를 후반 다시 처진 스트라이커로 변칙 기용하며 신출귀몰한 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객석에서 지휘하는 것은 역시 한계가 있었다. 상주로서는 핵심 수비수 김치곤이 경기 중 부상으로 빠지고 김영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도 뼈아팠다.

최 감독대행은 지난달 지휘봉을 잡은 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포함 3연승하며 서울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상주는 4승 4무 끝에 첫 패배를 당했다.

제주는 홈에서 대구를 3-0으로 이겼다. 제주 신영록은 경기 중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다.

상주=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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