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전 선제골 후 셔츠 올려 쾌유 기원
제주 아쉬운 1-1…감바 승리로 16강 좌절
방승환 골…서울, 항저우와 1-1 무승부
‘일어나라 영록아.’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장 김은중은 11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최종전 멜버른(호주)과의 경기에 전반 25분 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카메라 앞으로 달려갔다. 가슴에는 ‘일어나라 영록아’라고 쓰여 있었다.
제주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서 신영록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신영록은 지난 8일 열린 K리그 대구와의 홈경기 도중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은중 뿐이 아니다. 제주로 이적하기 전 수원에서도 신영록과 한솥밥을 먹었던 미드필더 박현범은 이날 경기에서 유니폼 상의를 2벌 겹쳐 입었다. 겉에는 자신의 유니폼을, 안에는 신영록의 유니폼을 입었고 나왔다.
팬들도 한마음이었다. 경기장에는 ‘일어나라 신영록∼그대의 심장은 제주와 함께 뛴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또한 평소 신영록의 사진이 담긴 대형 걸개를 만들어 경기장에 붙였던 제주 서포터스들은 이를 경기장 위쪽에 옮겨 펼쳐놓고 신영록의 회복을 빌었다. 신영록 유니폼을 서포터스석 바로 아래 펼쳐 놓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 선수들과 팬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 했다. 김은중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제주는 후반 18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멜버른의 페레이라가 강하게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고, 볼은 애석하게도 제주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슷한 시간에 일본에서도 골이 터졌다. 제주와 같은 조의 감바 오사카(일본)는 톈진 테다(중국)와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 2-0으로 승리했다. 제주-멜버른전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16강전을 신영록과 함께 치르고 싶다”고 했던 박경훈 감독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주 선수들은 신영록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일념으로 총 공세에 나섰다. 제주 벤치는 강수일 등 공격수들을 추가로 투입하며 결승골을 노렸다. 하지만 더 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고, 주심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제주는 2승1무3패로 조 3위에 머물면서 첫 번째 출전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E조에서는 감바 오사카(3승1무2패)가 톈진과 동률을 이루었지만 상대전적에서 앞서 조 1위가 됐다.
전날 G조 1위를 차지한 전북은 오는 24일 E조 2위 톈진과 홈경기로 16강전을 치르게 됐다.
F조 FC서울은 항저우 그린타운(중국)와 조별리그 마지막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21분 방승환의 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했던 서울은 3승2무1패(승점 11)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다. 최용수 감독대행은 사령탑 부임 후 3연승을 달리다가 처음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귀포 | 최용석 기자 (트위터 @gtyong11) gtyong@donga.com 사진제공 | 2011 World
Sport Group Pte.Ltd/World Sport Football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