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소년티가 물씬 풍기는 한 선수가 새 글러브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에이스 김광현(23)이 ‘심신의 부조화’로 11일 전격적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뒤 급히 1군으로 호출된 좌완 신예 김태훈(21)이었다. 게다가 김태훈의 글러브(사진)에는 낯익은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바로 김광현의 배번 ‘29’였다.
김태훈은 자랑스럽게 글러브를 내보이며 “지난달에 찢어진 내 글러브를 보더니 광현이 형이 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은 계속해서 “화요일(10일) 이천에서 두산 2군이랑 경기가 잡혀있었다. 비로 취소돼 인천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대구로 합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2군행이 적어도 이 때쯤에는 결정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태훈은 이어 “어제(11일) 숙소에서 광현이 형을 봤다. 광현이 형이 ‘잘하라’고 격려해줬다. 또 2군에 있는 제춘모 선배한테도 전화를 받았다. ‘2군 또 내려오면 죽는다’고 하더라”며 밝게 웃었다.
SK 김성근 감독은 12일 “다음주 중 선발이 비었을 때 김태훈을 한번 올려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된 가운데 ‘김광현 대타’를 넘어 ‘김광현 아바타’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