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유럽 대장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포르투갈 → 우크라 → 佛… 3주째 리듬체조 월드컵 강행군
“체력 떨어져 단것 먹고 싶어도… 최고 보약은 교민들 응원”

8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시리즈 둘째 날. 곤봉 연기를 마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7·세종고)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연기 막판 기구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 탓이다. 3주간 이어지는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한 지 2주가 지나면서 체력 저하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첫날 볼(26.725점)과 후프(26.825점) 8위에 오르며 꿈처럼 여기던 톱 10 진입을 가시권에 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손연재가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3주 연속 월드컵 시리즈 출전은 정상급 선수들에게도 흔치 않은 일. 하지만 아시아 수준을 넘어 리듬체조 본고장인 유럽 무대에 적응하고, 인지도와 기량 및 경험 면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특히 체력 회복과 체중 관리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전지훈련지인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는 체계적 식단 관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전지훈련장을 떠나 출전 중인 요즘은 아침과 저녁을 호텔에서 나오는 과일, 샐러드, 요구르트로 해결하고, 점심은 훈련 중간에 한국에서 조달된 햇반과 김치로 때우고 있다. 손연재는 “체력이 떨어져 단것을 먹고 싶지만 아이스티 한 잔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어요. 우린 숨만 쉬어도 살이 찌니까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주말마다 경기에 출전하는 손연재는 그 중간인 매주 수요일 한국음식점을 찾아 체력을 보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주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 코르베유 에손에서는 한국음식점이 연습장에서 멀어 그마저도 포기했다.

전담 트레이너 부재, 잦은 장거리 이동, 열악한 지원 속에 강행군 중인 손연재에게 최고 보약은 역시 현지 교민들의 응원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교민들이 한글로 된 플래카드를 거꾸로 들고 응원하는 모습에 웃음 지으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2주 연속 개인 종합 13위에 올랐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 자격(세계선수권 15위)을 얻을 수 있는 성적이다. 지난 포르투갈, 우크라이나 월드컵 총관리를 맡았던 마리아 기고바 FIG 위원에게서는 “손연재는 경험만 더 쌓으면 모두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손연재는 13일부터 열리고 있는 프랑스 코르베유에손 월드컵에 출전해 3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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