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3만 원 논쟁이 벌어졌다.
15일 FC서울과 경남FC의 K리그 10라운드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킥오프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서울 최용수 감독대행은 대화 말미, 한 마디를 했다. “경남 최진한 감독님을 뵙게 되면 예전에 내기 장기에서 빚진 3만 원 갚으라고 꼭 전해 달라.”
둘은 작년까지 서울 코칭스태프로 한솥밥을 먹은 사이. 최 감독대행은 종종 큰 형님 같은 최진한 감독과 내기 게임을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앞서 2002한일월드컵 때는 최진한 감독이 히딩크호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선수 최용수를 지도했다.
그래서일까. “돈 갚으라”는 ‘초보’ 지도자의 발언을 고스란히 전해들은 최진한 감독도 지지 않고 코멘트를 던졌다.
“저 친구(최 감독대행), 함께 있을 때 꼼짝 못했다. 컴퓨터 활용법 가르치고, 히딩크 전 감독이 남긴 훈련법 등 여러 노하우를 전수해줬으니 수업료 낸 셈 치라.”
하지만 최용수 감독대행의 농 섞인 도발(?)은 또 있었다. 이날 멤버 구성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최진한 감독께서 서두르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마 전 신문 기사를 보니까 루시오, 윤일록의 컨디션이 좋다고 하셨는데, 역정보를 흘리신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 루시오는 아예 출전하지 않았고, 윤일록은 후반 27분에야 교체로 투입됐으니 동생의 판단이 정확했던 셈. 스코어도 3-1 서울의 승리였다.
조금은 씁쓸한 스승의 날을 보낸 최진한 감독. 그래도 “서울이 정말 잘했다. 축하한다”며 ‘쿨’하게 친정 팀에 갈채를 보내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둘 모두 승자였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