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에 이어 송은범까지 전열에서 이탈했다. 글로버와 매그레인, 고효준은 13∼14일 두산전에서 소진했다. 15일 선발로 큰 이승호(37번)를 낸 SK 김성근 감독은 초연한 표정이었다. 누군가 선발 걱정 얘기를 꺼내자 “SK에 선발 많다. 걱정할 게 없다”고 반어법으로 답변했다. 얼마 안 있어 “SK 부임 5년 동안 선발 투수가 이렇게 없이 해보는 것은 처음 같다”라고 ‘본심’을 흘렸다.
이 시국에서 SK의 고육책은 선발을 띄워놓고, 흐름에 맞춰 운용하는 전략이다. 잡을 수 있는 흐름이라면 선발의 투구이닝에 구애받지 않고, SK의 최강 지점인 좌완계투를 극대화하는 식이다. 그렇더라도 좌완 불펜이 가동되려면 최소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타선이 선취점을 올려줘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발이 가능한 최소 5회는 무실점으로 버텨줘야 한다. 이런 SK의 승리공식대로 완벽하게 돌아간 것이 15일 두산전이었다.
일등공신은 선발 이승호였다. 유독 두산에 강한 이승호는 5이닝 동안 3안타 3볼넷을 내주고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km를 찍었을 뿐이지만 삼진 5개를 잡아냈다. 어느새 시즌 4승(1패)이다. 아직 규정이닝 미달(28.2이닝)이지만 시즌 방어율을 0.94까지 낮췄다.
매치업에서 두산 특급용병 니퍼트와 대결이었지만 오히려 객관적 정황을 뒤엎었다. SK 타선은 니퍼트를 1.2이닝 4안타 2볼넷 5실점으로 초반에 끌어내렸다. 6회부터 SK는 전병두∼정우람 필승 좌완조를 투입해 5-0 팀완봉승을 해냈다. 이승호는 2006년 4월9일 이후 두산전 3연승을 이어갔다.
이승호는 승리 직후 “스승의 날인데 감독님께 승리를 안겨드려 기쁘다. 초반 볼이 많아 위기상황을 자초했다. 포수와 야수를 믿고 던지니 운이 따라준 것 같다. 풀타임으로 뛴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안 아프고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계속 팀에 도움을 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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