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라는 젊은 나이에 감독이 됐다. 주급 40파운드(약 7만 원)의 임시직. 그래도 선수 시절 조선소에서 수습공으로 일하며 공을 차던 때보다는 나았다. 전업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캐나다 이민까지 고려했던 그였다. 그로부터 37년 뒤. 그는 연봉으로만 400만 파운드(약 70억 원)를 받고 있다. 그가 지휘하는 팀은 스코틀랜드 팀이 아닌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70)은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사령탑이 됐다.
○ 잉글랜드 축구 역사 새로 쓰다
맨유는 14일 블랙번 로버스와의 방문경기에서 1-1로 비겨 소중한 승점 1점을 보탰다. 승점 77점(22승 11무 4패)을 기록한 맨유는 남은 1경기의 결과에 상관없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2위 첼시(21승 7무 8패·승점 70점)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도 승점 1점이 부족하다. 이로써 맨유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대 최다인 19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종전 기록은 맨유와 리버풀이 함께 갖고 있던 18회.
맨유의 금자탑은 퍼거슨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86년 11월 감독에 올라 25년 동안 숱한 우승 일지를 써내려왔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회, FA컵 5회, 리그컵 4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 등 퍼거슨 감독은 우승 제조기였다. 특히 1998∼99시즌에는 잉글랜드 축구 사상 최초로 트레블(정규리그,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 3관왕)을 달성했다.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우승(1999∼2001년)도 기록했다.
○ 파트타임 선수에서 세계 최고 감독으로
퍼거슨 감독은 1941년 12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조선소 수습공으로 일하며 16세에 축구 선수로 입문했다. 공격수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그는 17년 동안 스코틀랜드리그 317경기에서 170골을 기록했다.
선수 생활을 끝낸 1974년 33세에 이스트 스털링셔(스코틀랜드) 임시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4년 뒤 애버딘의 지휘봉을 잡은 뒤 그는 9년간 459경기에서 272승 105무 82패(승률 59.26%)로 애버딘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당시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셀틱과 레인저스가 양분했지만 83∼84, 84∼85시즌 연속 우승으로 3강 체제로 만들었다.
그의 지도자 생활은 1986년 11월 맨유를 맡으면서 활짝 피었다. 퍼거슨 감독의 부임 이전 맨유의 정규리그 우승은 7차례에 불과했지만 프리미어리그(종전 정규리그) 출범 첫해인 92∼93시즌 우승을 시작으로 12차례나 우승컵을 차지했다.
퍼거슨 감독이 명장이라고 칭송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선수 발굴 및 스카우트, 선수단 장악은 단연 돋보인다. 데이비드 베컴(LA 갤럭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발굴 또는 영입해 키웠다. 자신의 지시에 반항하는 선수는 스타 선수도 바로 방출시켜 선수단을 장악했다. 반면 시즌 초 사생활 문제를 일으킨 웨인 루니를 끝까지 믿고 중용해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만들어 ‘선수 개인의 사생활보다 능력을 우선시한다’는 그의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편 맨유는 15일 홈페이지에 ‘2010∼2011시즌 선수 평가’를 싣고 박지성에 대해 “성실함과 프로다운 자세는 팀 내 최고다. 박지성처럼 팀에서 동료의 애정을 얻은 선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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