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홀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연장전. 최경주는 제비뽑기를 통해 먼저 티샷 하는 아너(Honor)가 됐다. 아너는 명예, 영예 등의 뜻으로 사용되지만 골프에서는 가장 먼저 티샷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전 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아너가 된다.
홀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먼저 티샷 하는 게 다음 선수에게 홀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나쁜 점도 있다. 하지만 홀을 잘 알고, 연장전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먼저 티샷 하는 게 유리하다. 게다가 최경주는 앞선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핀 3m에 붙여 버디를 잡아 공략 방법을 꿰뚫고 있었고, 자신감도 넘쳤다.
137야드에서 마지막 날 130야드로 조정된 파3 홀에서 최경주는 가볍게 아이언을 돌렸다.
티샷한 공은 생각처럼 좋은 자리에 떨어지지 않았다. 바람의 영향으로 그린 뒤쪽에 멈췄다. 하마터면 그린 뒤쪽 워터해저드까지 굴러갈 수 있었지만 간신히 멈췄다. 이어 티샷 한 톰스의 공은 최경주보다 가까운 그린 중앙 5.5m 지점에 떨어졌다.
톰스가 유리해 보였지만, 이번에도 먼저 퍼트한 게 톰스를 압박했다. 최경주가 퍼트 한 공은 홀을 따라 굴러가더니 약 90cm 지점에 멈췄다. 무난히 파 세이브가 가능한 위치다. 승부의 추는 톰스에게 돌아갔지만 우승 경험이 5년이나 지난 베테랑에겐 부담이 됐다. 톰스는 PGA 투어에서 12승이나 올렸지만 가장 최근 우승이 2006년 소니오픈이다.
톰스의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들어가면 승부가 그대로 끝나는 상황. 하지만 톰스의 버디 퍼트는 홀을 지나 1.5m나 더 굴러갔다. 단숨에 전세가 역전됐다.
톰스는 이 퍼트를 홀 왼쪽으로 빠뜨려 하늘을 원망했고, 최경주는 가볍게 파 퍼트를 성공시켜 크리스탈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최경주가 아너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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