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다음 샷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격려
16번홀 절망의 순간 잡아줘… 최 “그는 내 아내이자 가족”
최경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지은 뒤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흐느꼈다. 전담 캐디 앤디 프로저(스코틀랜드)였다. 올해 환갑으로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마저 구부정한 프로저는 최경주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흐뭇해했다. 마치 삼촌과 조카처럼 정겨워 보였다. 최경주는 “앤디는 내 아내이자 가족이자 형제”라며 “내가 흔들릴 때면 뛰어난 유머 감각과 격려로 즐겁게 해준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16번홀(파5)에서 최경주는 티샷이 나무에 맞아 위기를 맞은 반면 1타 차 선두였던 데이비드 톰스는 페어웨이에 떨어져 투온을 노릴 만한 상황이었다. 최경주가 ‘우승은 물 건너갔다’고 절망하는 순간 프로저는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다음 샷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위로해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첫 연장전을 치러 긴장감이 컸다. 프로저는 1987년 닉 팔도(잉글랜드)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할 때 호흡을 맞췄으며 팔도가 1989년 마스터스 연장전에서 스콧 호크를 꺾고 정상에 섰을 때도 가방을 멨다. 베테랑 캐디의 풍부한 경험은 최경주에게 큰 힘이 됐다.
최경주는 팔도,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등의 캐디를 맡았던 프로저를 2003년 유럽투어 저먼마스터스에서 만났다. 대회 주최 측의 추천으로 인연을 맺고는 첫 대회부터 우승을 합작한 뒤 8년 가까이 한 배를 타고 있다.
최경주는 연로한 프로저를 위해 캐디백을 가볍게 하며 그가 힘들어하면 과감하게 휴가를 주며 배려했다. 치아 교정 비용도 부담했다.
전담 캐디는 보통 우승 상금의 10%를 보너스로 받는다. 최경주가 이번 우승으로 단일 대회 최다인 171만 달러를 받았으니 프로저의 보너스 역시 생애 최다를 기록하게 됐다.
1974년 창설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1982년부터 줄곧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본부가 있는 플로리다 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4대 메이저 대회를 능가하는 상금 규모로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린다. 올해 총상금 규모는 950만 달러로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200만 달러 정도 많다.
대회 우승자는 투어 시드를 5년간 확보하게 된다.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 US오픈의 3년간 시드, 그해 PGA챔피언십 출전권을 얻는다. 최경주의 우상인 잭 니클라우스가 최다인 3차례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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