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홈런]‘새 수장 모시기’ 야구계 하나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요즘 어수선하다. 2일 유영구 전 총재가 배임 혐의로 사표를 제출한 지 2주가 지났지만 후임자는 오리무중이다. 8개 구단 사장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이용일 KBO 초대 사무총장을 총재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새 총재 선임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이사회에서 총재 대행만 선임한 건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탓이다.

새 총재의 자격을 놓고 안팎에서 말이 많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 특정인사 밀어주기 의혹이 쏟아진다. 자천타천으로 “내가 총재에 적격”이라는 이들이 예닐곱 명이나 된다.

먼저 논란이 된 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다. 신 전 차관은 “A 구단에서 총재를 해보라는 제안에 ‘생각해 보겠다’고 한 게 전부다. 야구계에서 원치 않는다면 (총재직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구단마다 마음에 둔 인물은 달랐다. B 구단은 모기업 구단주를 염두에 두고 있다. 12∼14대 KBO 총재를 지낸 고 박용오 두산 회장처럼 야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 오너를 수장으로 세우자는 거다. C 구단은 내심 정운찬 전 총리를 바라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야구 마니아다. 교육자 출신으로 야구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유 전 총재와 닮았다. 다만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둔 KBO 수장은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선 KBO 총재직을 공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오랫동안 야구에 몸담은 전문가를 투명하게 뽑자는 취지다.

KBO는 그동안 11명의 총재가 있었다. 이 가운데 민선 총재는 박용오, 17대 유영구 총재 2명뿐이다. 나머지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 프로야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다. KBO 총재는 그 어느 단체장보다 주목받는 자리다. 정치권에서 눈독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18대 총재 선임은 달라져야 한다. 정부의 승인 절차는 2009년 유 전 총재 선임 때부터 없어졌다. 새 총재는 이사회와 구단주 총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야구를 위해 헌신하는 수장을 모셔오는 일. 공은 야구인의 손에 달렸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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