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유수가 따로 없었다. 여독이 아직 안 풀렸으니 잠시 얼굴이나 보자고 했던 바로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쉴 새 없이 감칠맛 나는 언변을 과시했다. 17일 밤늦게 제주 롯데호텔에서 최경주를 만난 자리에서였다.
뛰어난 골프 실력만큼이나 말재주도 언더파 수준인 그에게 달변의 비결을 물었다. 뜻밖에 부인 김현정 씨(사진)에게 공을 돌렸다. “집사람이 원래 국문과를 지망하려고 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법대 출신이라 법학과를 갔대요. 원래 언어 능력이 뛰어난 데다 법정에서처럼 정확한 단어를 구사하도록 해 큰 도움을 줘요.” 남편이 인터뷰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냉정하게 피드백을 해준다는 것이다. 최경주는 “위트는 생활의 지혜에서 나온다. 일부러 책을 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골프를 시작한 1985년부터 선배들과 있으면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늘 어른들의 말씀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고 덧붙였다. 결혼 후 독실한 기독교인이 된 그는 유명 목사의 간증 서적을 읽으며 호소력 짙은 표현을 배웠다.
최경주는 대중 앞에서 강연을 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앞두고 절묘한 비유로 상대의 무릎을 치게 할 때가 많다. 자신의 골프 철학을 빈 잔, 계단, 잡초 등에 비유한 게 대표적이다. 늘 비우고 채워야 하며 무리하게 올라가기보다는 한 걸음씩 나가야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최경주는 매서운 인상과 달리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후배 프로들은 대부분 “처음엔 다가가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농담 잘하고 분위기를 잘 띄운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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