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얼짱 이호림 “새가슴은 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한화회장배 대회 선수부담 커진 새 규칙 적용

사격은 긴장과의 싸움이다. ‘사격 얼짱’ 이호림은 “냉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사격은 긴장과의 싸움이다. ‘사격 얼짱’ 이호림은 “냉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3자세 결선. 매슈 에먼스(미국)의 금메달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9발째까지 2위 자장보(중국)에게 3.0점이나 앞서 있었다. 마지막 10발째 총성이 울렸을 때 모든 사람은 눈을 의심했다. 에먼스의 점수가 0점으로 나온 것이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기 표적이 아닌 옆 선수 표적에 총을 쐈기 때문이다.

많은 종목이 그렇지만 사격은 특히 긴장과의 싸움이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팬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전 종목에 걸쳐 선수들의 긴장과 부담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규칙을 개정했다. 한 발을 쏠 때마다 장내 아나운서가 점수만 불러주던 것을 올해부터는 누가 최고점을 쐈는지, 순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누가 누구를 몇 점 차로 추격하고 있는지 발표한다.

ISSF는 또 선수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자기 점수는 물론이고 상대 선수의 점수까지 상세하게 볼 수 있는 모니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선수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안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음이 약한 선수, 일명 ‘새가슴’은 살아남기 힘들다. 극도의 긴장을 이겨낼 수 있는 강심장이 돼야 한다.

19일 창원종합사격장에서 계속된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도 장내 아나운서의 순위 변동 발표 직후 점수가 널뛰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다.

이날 남자 공기권총 일반부 10m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해 4관왕에 오른 이대명(23·경기도청)은 “부담이 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선수들은 힘들어도 좋은 팬 서비스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여자 대학부 25m 권총 단체전 금메달을 딴 ‘사격 얼짱’ 이호림(23·한국체대)도 “모니터를 안 보려고 노력하는데 나도 모르게 점수를 확인하게 된다. 더 냉정하게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새로 바뀐 규칙은::

모든선수 점수-순위변동, 매 발 자세하게 발표
선수 주변에 모니터 설치,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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