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도 못말린 탱크 최경주의 ‘초정밀 샷’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허리 많이 숙인 퍼트 자세 수정후
4.5∼7.5m 퍼트 성공률 PGA 2위

최경주(41·SK텔레콤)는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퍼트를 꼽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슈퍼 스트로크’라는, 지름이 40mm에 이르는 홍두깨 그립을 퍼터에 장착했고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는 하키 스틱 같은 희한한 퍼터를 들고 나와 화제를 뿌렸다. 지난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후 금의환향해서도 그는 “1.5m 이내의 퍼트를 얼마나 놓쳤는지 모른다. 퍼트까지 잘하면 미국 사람들이 미워할 것”이라며 웃었다.

겸손하게 말했어도 최경주는 올 시즌 눈에 띄게 향상된 퍼트 실력으로 최근 4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스튜어트 싱크, 잭 존슨 등 스타들을 지도한 유명 코치 팻 오브라이언과 2월부터 호흡을 맞추면서부터다. 그의 조언에 따라 어드레스에서 다소 많이 숙이던 허리를 좀 들고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던 자세를 수정하면서 방향의 일관성이 향상됐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77위에 머물렀던 4.5∼7.5m 거리의 퍼트 성공률이 올 시즌 2위까지 치솟았다.

19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파72)에서 개막한 SK텔레콤오픈에서도 최경주의 달라진 퍼트 감각은 여전했다. 최경주는 퍼트 수를 출전선수 144명 중 공동 6위인 26개까지 떨어뜨린 데 힘입어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를 쳐 공동 2위에 올랐다. 단독 선두 앤드리 스톨츠(호주)와는 1타 차.

“미국 시간으로 자정 무렵에 티오프를 해 눈이 침침했다”는 최경주는 “오늘은 경사가 보이는 대로 그냥 쳤는데 잘됐다”고 말했다. 강한 바람으로 아이언 샷이 흔들려 20∼30야드의 장거리 퍼트를 남겨두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 경기 전 집중적으로 연습한 것도 주효했다.

동반자였던 배상문, 김비오보다 티샷 거리가 20야드 정도 적게 나간 최경주는 그린 주변에서 세밀한 어프로치샷으로 스코어를 줄였다. 8∼10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낚아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해 챔피언 배상문과 김대현은 이븐파로 공동 22위에 머물렀다. 김비오는 공동 48위(2오버파)에 그쳤다. 김경태는 공동 8위(2언더파).

서귀포=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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