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불패’. 한화 왼손 투수 박정진(35·사진)의 새 애칭이다. 한화의 수호신으로 이름을 날렸던 선배 구대성의 별명을 물려받은 것이다. 최근 10경기에서 실점이 없었고, 시즌 첫 4연승의 시작과 끝을 지켜 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팀내에서 그를 부르는 숨은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박정진은 “요즘 나갔다 하면 2∼3이닝씩 던지니까 후배들이 나를 ‘뒷선발’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는 18일 잠실 두산전과 21일 군산 KIA전에서 각각 3.1이닝과 3이닝을 던지면서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또 두산전에서 시즌 최다인 공 60개를 던진 후 사흘 뒤 KIA전에서 다시 33개의 공을 뿌렸다. 박정진은 “힘들긴 하지만 무리하지 않도록 컨디션 조절을 잘 하고 있다. 정민철 투수코치님과 내 역할에 대해 충분히 얘기했다”면서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이든 열심히 하고 싶다. 무엇보다 요즘 야구가 재미있다”고 했다.
한대화 감독과 정 코치도 불펜의 핵인 박정진을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정 코치는 “투수진 구조상 확실한 카드인 정진이가 한 번 나가면 오래 던져줘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감독님도 요즘 정진이의 투구수를 고려해 충분히 휴식을 주고 체력을 안배해 주려고 하신다”면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고생해 주는 정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지금 박정진은 동료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한편 다른 팀 타자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투수다. 후배 선발 투수들이 등판을 앞두고 “리드만 잡아 놓으면 정진이 형이 지켜줄 것”이라고 농담할 정도다. 투수 조장인 박정진은 “우리 팀 투수들이 다들 좋은 공을 갖고 있으니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