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대표팀 감독과 이회택 기술위원장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선수선발 권한 문제로 비춰지지만 실은 감정싸움이다. 발단은 기술위원회다. 기술위는 일부선수의 국가대표(A대표)와 올림픽대표 중복 차출이 문제로 떠오르자 ‘대표선발은 A대표 우선 원칙을 고수한다’고 공표했다. 3월 A대표팀은 원하는 선수들을 모두 불러들일 수 있었다. 반면 올림픽대표팀은 반쪽 팀이 됐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은 잡음이 끊이지 않자 조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을 한자리에 불렀다. 그러나 대안은 나오지 않았고, 두 감독은 이후 언론을 통해 신경전을 펼치며 대립각을 세웠다.
기술위는 물밑작업을 통해 중재를 시도했다. 두 감독을 따로 만나 의견을 들었고, 조율을 시도했다. 그러나 조 감독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선수선발은 A대표를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밝힌 기술위가 ‘올림픽대표에 선수를 몇 명 양보하라’고 입장을 바꿨으니 조 감독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조율에 실패한 기술위는 선수들을 임의적으로 나누는 직접 개입을 결정했다. 조 감독이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는 상황에서 직접 개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황이 변하자 조 감독은 강하게 반발했다. 감독에게 주어진 권한인 선수선발권을 기술위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술위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기술위가 선수선발권한이 전혀 없지 않다”고 반박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번 사태는 ‘누가 대표선수 선발 권한을 갖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의 불협화음이 곪아 터진 것이다. 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선수 욕심을 부린 조 감독과 입장을 바꾼 기술위 모두 문제다. 대립한 양측 모두 자성해야 한다. 선수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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