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24일 잠실구장. 두산쪽 라커룸에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선수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지만 무거운 침묵이 그라운드를 무겁게 짓눌렀다. 경기 전 원정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문 감독도 굳은 표정으로 한동안 그라운드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송 아나운서의 투신자살, 임태훈의 2군행…. “사안이 사안인 만큼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다”는 김 감독의 말이 어쩌면 정답일지 모른다.
하지만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모든 책임을 통감했다. 취재진을 향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죄송합니다”라며 사과를 건넸다. 이어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팀을 잘 추슬러서 더 나은 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김 감독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LG 박종훈 감독 역시 “지금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켜봐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뒤에서 조용히 응원했다.
두산 선수들은 원정경기임에도 평소보다 일찍 구장에 집합해 김광수 수석코치의 지휘하에 미팅을 가졌다. 팀의 연패와 사건사고로 인해 겉잡을 수 없이 침체될 수 있는 선수단을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임태훈의 거취는 이날 오전 열린 두산 중역회의를 통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키는 것으로 잠정결론이 났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심신이 불안정하다는 이유였다. 현재로서는 2군 등판도 어려울 전망이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충격을 많이 받은 상태여서 안정을 취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며 “엔트리 말소뿐 아니라 당분간 집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구단은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소속 선수의 개인적인 일로 인해 팬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야구 방송인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의 스캔들, 열애 진실공방, 그리고 송 아나운서의 투신자살까지 17일간의 폭풍 같았던 일련의 사태는 프로야구계에 큰 상흔을 남겼다. 스포츠방송계에서 유망했던 인재를 잃었고, 남은 자도 충격으로 인해 공을 놓았다. 마무리가 빠진 두산 역시 5월 연패에 연패를 거듭하며 홍역을 앓고 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그저 씁쓸함만이 남는 사건이다.
잠실 |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사진 | 박화용 기자 (트위터@seven7sola)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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