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LG 윤상균, 천적 잡는 ‘대타’…인생극장 주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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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7시 00분


연습생 고난 딛고 작년 LG로 트레이드
대타 대기 하면서도 상대투수와 수 싸움
류현진·차우찬 트레비스·양현종 까지
LG 천적 격파 … 좌완 테러리스트 우뚝

LG는 좌완투수에게 특히 약했다. 지난 마무리캠프 때부터 좌완타도는 LG의 과제였다. 그리고 박종훈 감독은 무명의 한 타자를 좌완스페셜리스트로 내밀었다. 그의 이름은 윤상균(오른쪽). 프로지명을 받지 못해 해병대에 입대했고, 우여곡절 끝에 신고 선수로 프로의 문을 두드린 그는 LG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었다. [스포츠동아 DB]
LG는 좌완투수에게 특히 약했다. 지난 마무리캠프 때부터 좌완타도는 LG의 과제였다. 그리고 박종훈 감독은 무명의 한 타자를 좌완스페셜리스트로 내밀었다. 그의 이름은 윤상균(오른쪽). 프로지명을 받지 못해 해병대에 입대했고, 우여곡절 끝에 신고 선수로 프로의 문을 두드린 그는 LG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었다. [스포츠동아 DB]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격언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도 있지만, 거짓말처럼 9회말 2사후 대타로 나서 동점 2점포를 날렸다. 전광석화처럼 돌린 배트에 맞은 타구는 잠실의 밤하늘에 하얀 무지개를 그리더니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벽안의 외국인투수 주키치조차 자신의 손으로 눈을 가로지르며, 눈높이의 공을 홈런으로 연결한 게 신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LG는 결국 연장 11회 이대형의 끝내기안타로 5-4로 이기며, 시즌 23번째 승리를 거뒀다. 21일 잠실 롯데전에서 9회말 2사후 드라마 같은 대타홈런을 날리면서 주가를 높인 LG 윤상균(29) 얘기다.

○고비마다 터지는 값진 한방

윤상균은 올시즌 LG의 질주에 숨은 동력이 되고 있다. 고비 고비에서 터지는 결정적인 한방. LG 킬러로 이름을 날렸던 특급좌완들이 ‘테러리스트’의 한방에 무너지고 있다.

올시즌 첫 임무는 4월 8일 대전 한화전 류현진 격파. 개막 이후 2차례 대타로 나서 1안타 2타점을 올렸던 그는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전에 이병규 선배님이 대전구장에서 선수들을 불러 모았어요. ‘우리가 작년 가을 플로리다부터 깨기 위해 그렇게 죽기살기로 훈련했던 류현진 아니냐, 우리가 못치고 진다면 정말 문제가 있는 거다. 정말 오늘 잘해보자’고 말씀하셨어요.”

0-1로 뒤진 4회초 1사1루에서 윤상균은 역전 2점포를 쏘아올려 류현진을 무너뜨렸다. 4월 14일에는 삼성 차우찬을 상대로 홈런포를 터뜨렸다.

4월 27일 2군으로 내려간 그는 1군에 복귀한 뒤 지난 18일 광주 KIA전에서 좌완 트레비스를 상대로 홈런 1방과 2루타 한방으로 2타점을 올렸고, 19일에는 프로데뷔 후 LG전 무패가도를 달리던 KIA 선발투수 양현종을 상대로 3타점을 뽑아내면서 ‘양현종 함락’의 선봉장이 됐다.

이병규의 말처럼,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에서 LG 타자들은 LG 킬러로 자리잡고 있는 좌완특급을 격파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박종훈 감독은 특히 윤상균의 타격재능을 높이 사면서 좌완용 스페셜리스트로 지목했다.

“감독님, 수석코치님, 서(용빈) 코치님이 직접 저에게 배팅볼을 던져주셨어요. 모두 왼손잡이잖아요. 특히 서 코치님은 투구폼 흉내를 정말 잘 내요. 류현진처럼 던지고, 차우찬처럼 던지고, 양현종처럼 던지고….”

○고교에서도, 대학에서도 프로 지명 불발

그는 2남 1녀 중 막내다. 네 살 위의 누나는 농구선수로, 숭의여고 시절 청소년대표를 거쳐 코오롱에서 가드로 활약한 윤계영. 그리고 두 살 위의 형은 어릴 때부터 전교 1등을 도맡았던 수재였다. 형이 야구부장에게 “동생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운동은 곧잘 한다”고 소개하면서 시작된 야구생활. 남산초등학교 6학년 때, 또래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힘이 장사인 그는 그 길로 포수로 들어섰다. 그러나 덕수중과 충암고를 졸업했지만 야구부 전력이 약한 탓에 프로지명을 받지 못했다.

“초, 중, 고 친구들 중 프로에서 뛰는 선수는 나밖에 없어요. 단국대 동기 중에서도 프로에 진출한 선수는 오승환, 최훈락, 송산 등이 있는데 사실 단국대에 들어올 때 프로 지명을 받고 온 선수는 송산밖에 없었어요.”

대학시절 그는 포수로서도 2인자였다. 청소년 대표 출신 송산이 주전마스크를 쓰면서, 그는 4년 동안 1루와 외야로 돌았다. 대학 4학년 시절,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를 정도로 방망이 하나만큼은 재능이 있었지만, 포수로서는 능력을 키울 기회가 부족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2005년, 그는 다시 프로팀 지명을 받지 못했다.
LG 윤상균.
LG 윤상균.

○해병대에서 불태운 야구열정

“암울했죠. 상무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어요. 그런데 거기서도 떨어졌어요. 그때 1루수로 지금 KIA에서 뛰는 김상현 선배가 지원하셔서….”

그는 현실도피성으로 ‘군대나 가자’고 생각했다. 육군, 해군, 공군을 모두 지원했다. 문자 한통이 날아왔다. 해병대는 3월, 육군은 4월, 해군은 5월, 공군은 6월에 입대가 가능하다는 메시지. 가장 빨리 입대할 수 있는 곳이 해병대. 그는 최규순 심판과 삼성 권오준에 이어 프로야구계에 3명밖에 없는 해병대 출신이 됐다.

강화도에 배치돼 힘든 해병대 생활을 했지만 소중한 사람을 얻었다. 동갑이었던 소대장 하사는 그의 사연을 들은 뒤 “밖에 나가서 야구를 계속 해야한다”며 3일에 한번씩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삼겹살을 사줬다.

“그 소대장 덕분에 일병 계급장을 달고부터는 돌덩이를 들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수 있었어요. 거기서는 돌덩이도 상병 3호봉이 돼야 들 수 있어요. 이등병은 돌덩이 쳐다보지도 못하죠. 4호봉이 돼야 기구에 손 댈 수 있고, 5개월이 지나야 줄넘기를 할 수 있고…. 그 소대장이 없었으면 야구를 다시 못했을 거예요.”

○신고선수 입단, 그리고 트레이

2007년 3월에 세상으로 나왔지만 갈 데가 없었다. 당시 SK에 있던 김재구 선배가 “문학구장에 놀러나 오라”고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 눈에 들어온 감독실. 충암고 시절에 김성근 감독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홈런왕, 타점왕, 타격왕을 차지했던 것이 생각나서 인사나 하려고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도원구장으로 출근하게 됐다. 월급도 없는 연습생 생활. 그는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2군선수들은 오전 9시에, 계형철 감독은 오전 7시반에 출근하지만, 그는 오전 7시까지 무조건 야구장에 갔다. 그의 성실성을 본 김성래 코치는 방망이를 구해줬고, 장재중 코치는 유니폼을 챙겨줬다. 2008년 시작과 동시에 연봉 1800만원자리 신고선수로 등록됐고, 2008년 6월에 마침내 정식선수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7월 28일, 박현준 김선규와 함께 3대4 트레이드에 묶여 LG 유니폼을 입었다.

○‘한방으로 승부’ 대타로 살아가는 법


그는 선발출장보다는 대타로 대기하는 시간이 많다. 몇 타석에서 투수 공을 지켜봐도 감을 잡기 어려운 게 타격. 갑자기 대타로 호출돼 한 타석에서 승부를 봐야하는 대타는 그만큼 힘든 포지션이다. 그도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만의 노하우를 만들었다.

“대타는 그냥 나가서 한번 친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 쳐요. 덕아웃에서 경기의 흐름을 같이 타야 잘 칠 수 있죠. 상대투수의 기분도 읽고, 승부패턴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포수 경험이 도움이 되죠. 오른손투수나, 왼손투수나 안 가리고 쳐야죠. 사람이 던지는 공이고, 날아오는 공 내가 치는 것뿐입니다. 투수가 누구라도, 타석에 들어설 때는 100% 친다고 생각하고 들어가요. 제가 가진 거요? 자신감 그거 하나죠.”

그는 이제 ‘귀신잡는 해병’이 아니라, ‘왼손잡는 테러리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아직은 못다핀 야생화. 지금은 비록 한 타석에 승부를 거는 대타 인생이지만, 야구인생의 역전 만루홈런을 꿈꾸고 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윤상균은?

▲생년월일=
1982년 3월 30일 ▲출신교=남산초∼덕수중∼충암고∼단국대 ▲키·몸무게=180cm·96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8년 SK 신고선수 → 2010년 7월28일 LG로 트레이드 ▲통산성적=81경기, 90타수 29안타(타율 0.322), 4홈런, 18타점 ▲2011년 연봉=3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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