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년차 감독이다. 부임 첫해 꼴찌를 했다. 올시즌에도 5월20일까지 꼴찌였다가 겨우 7위로 올라왔다. 이런 한대화 감독에게 야구팬들은 ‘야왕(야구의 왕)’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처음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야왕’이라는 용어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휩쓸고, 오프라인 미디어로까지 확장됐다.
한화가 5월18일∼21일 4연승을 해내고, 24일 1위 SK에 3-2,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두자 ‘야왕’은 자가 번식을 시작했다. ‘야황(야구의 황제)’, ‘세종대화’라는 칭송이 나왔고, 9회말 무사 1루에서 도루 성공을 두고는 ‘야왕의 한수’, 끝내기 안타를 친 강동우를 3번 불렀다는 인터뷰를 두고는 ‘야왕의 삼고초려’라고 패러디했다.
한화가 꺾은 팀이 ‘야신’ 김성근 감독의 SK였고, 6전 전패 후 첫 승이었기에 왕권과 신권의 권력다툼에 비유해 ‘카노사의 굴욕은 가고 아비뇽의 유수가 시작됐다’는 고난이도 세계사 용어까지 등장했다. 나폴레옹 얼굴에 합성한 대관식 사진은 화룡점정이다. ‘님과 함께’를 개사한 ‘야왕과 함께’가 응원가로 나왔고 ‘왕의 남자’를 패러디해 ‘야왕의 남자’로 김혁민과 안승민을 세워놨다. 심지어 ‘야왕실록’마저 출현했다.
양상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를 두고“결코 놀림이나 비아냥이 아닌 애정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잘해달라는 기대치가 들어있다”고 평했다.
물론 ‘야왕’ 브랜드를 어떻게 가꾸느냐는 한화의 성적에 달려있다. 그러나 ‘한화를 보면 타팀 팬으로서 좀 짠하다. 프로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쨌건 한화는 일단 악착같이 하려고 드는 게 참 보기 좋다’라고 쓴 인터넷 글은 ‘야왕’이 거부감 없이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을 지배하게 된 이유를 납득하게 해준다.
사진출처|인터넷 캡쳐 김영준 기자 (트위터 @matsri21)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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