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연패를 탈출하던 4월5일도 그랬다. 3연패에서 벗어났던 4월17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승리투수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선발 김성태(넥센)의 호투가 있었기에 팀은 연패탈출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김성태는 27일 목동 LG전에서도 지긋지긋한 8연패 수렁에서 팀을 건져 올렸다. 선발투수로 등판해 LG 강타선을 6이닝 동안 4안타 1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막은 것이다. 최고구속은 시속 147km. 커브와 슬라이더의 제구와 각도도 수준급이었다. 개인적으로도 7연패(올시즌 4패) 끝에 얻은 시즌 첫 승이라 기쁨은 2배였다.
모든 투수들이 “10승”을 말하는 스프링캠프 때도 김성태의 목표는 담백했다. 그는 “규정이닝을 꼭 한번 채워보고 싶다”고 했다. 2005년 어깨수술과 그 후유증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기에 “아프지 않고 오랜 이닝을 던지고 싶다”는 것은 그의 오랜 소망이었다. 시즌초반 불운으로 승리를 신고하지 못할 때도 “그래도 아프지 않으니 행복하다”며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 불펜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실제로 그의 소망은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다. 넥센에는 지난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투수가 단 한명도 없었다. 올시즌에도 용병투수 나이트를 빼면, 국내투수 가운데 규정이닝(43)을 채운 선수는 김성태(48이닝) 뿐이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지난 시즌 김성태의 투구수를 80개 내외로 조절했다. 어깨수술 경력 때문에 보호한 것이다. 올시즌에도 최다투구수는 13일 목동 LG전에서 기록한 106개. 그럼에도 김성태가 다른 넥센 투수들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공격적인 투구성향과 뛰어난 제구력 덕이다. 김성태의 9이닝당 볼넷허용은 3.86개로 넥센 선발진 가운데 가장 적다. 27일 경기에서도 LG타선을 상대로 2개의 볼넷만을 내줬을 뿐이다. 덕분에 볼넷으로 주자를 모아주고, 장타를 맞는 넥센의 대량실점 패턴은 사전에 차단됐다. 넥센의 다른 영건들에게도 시사점이 많은 역투였다.
목동 |전영희 기자 (트위터 @setupman11) setupman@donga.com 사진 |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