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남 함안의 레이크힐스 경남 골프장(파72)에서 시작된 레이크힐스오픈(총상금 3억원) 2라운드에서 무려 11명의 선수가 경기를 중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 골프대회 사상 한꺼번에 11명이 기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전 143명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2라운드 종료 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선수는 131명(1명 실격)에 불과했다.
기권 이유는 부상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실제로 부상을 당한 선수도 있지만 기권한 선수 중엔 예선 탈락이 확실시 된 선수가 대다수여서 의구심이 들게 한다. 첫날 3명, 둘째 날 8명이 기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GT 투어 규정에는 선수가 경기 중 부상을 이유로 기권할 경우 특별한 검증 절차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미국 PGA 투어에서는 메디컬 팀의 의견을 듣고 판정을 내린다.
이로 인해 경기 중 성적이 나쁜 선수들 중에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어차피 상금 한 푼 받지 못할 바에야 일찍 돌아가서 다음 대회나 준비하자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또, 기권한 경우엔 기록도 전혀 남지 않아 오히려 선수에겐 성적 관리 등 유리한 점이 더 많다.
이번 사태는 선수들의 정신적 문제가 크다. 실제로 부상을 당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성적 관리 차원에서 기권했다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또 골프가 철저한 스폰서 게임이라는 점에서 선수들의 프로의식 부족도 아쉽다. 기업들이 수억 원의 돈을 내 대회를 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수들의 이 같은 행동은 스폰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 골프관계자는 “부상 때문에 기권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성적 부진으로 기권했다고 한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출장정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선수들을 질타했다.
한편 2라운드 경기에선 최호성(38)이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고, 김대현(23·하이트)과 존허(21·정관장)는 4언더파 140타 공동 2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