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열흘 뒤 복귀 약속…휴식 차원의 배려
오카다감독 직접 통보 문책성 강등…복귀는 ‘…’
오릭스 박찬호(38)가 일본 진출 후 최악의 부진을 보인 다음날인 30일 2군으로 떨어졌다.
전날 인터리그 주니치전에서 3.1이닝 9안타 6실점으로 시즌 5패째(1승)를 당한 터라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일본 언론의 보도,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발언, 구단 관계자의 전언을 두루 종합하면 역시 ‘문책’의 성격이 명확하다. 게다가 ‘기약 없는 2군행’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구단의 공식창구를 통해 흘러나왔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에 빛나는 박찬호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적절한 답을 찾기 위해선 앞선 2군행과의 비교도 필수적이다.
○2군행의 직접적 계기는?
일본 이적 후 7번째 등판이었던 29일 주니치전에서 박찬호는 직구와 변화구를 가릴 것 없이 밋밋한 볼로 난타를 자초했다. 1회말 4번타자 T-오카다의 중월2점홈런으로 팀이 선취득점에 성공한 직후인 2회초 곧바로 6연타수 안타를 얻어맞고 4실점한 데 이어 4회에도 추가로 2실점하는 바람에 오릭스는 경기 초반 일찌감치 주저앉고 말았다. 30일 박찬호의 부진과 2군행을 보도한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카다 감독과 후쿠마 오사무 투수코치는 “이렇게 나온다면 타선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느새 박찬호의 고질로 굳어버린 ‘득점 직후 실점’을 오카다 감독을 비롯한 오릭스 수뇌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배려’와 ‘문책’ 사이…명확한 ‘강등’
30일 오릭스 구단의 나카무라 준 편성과장에 따르면 전날 경기 직후 박찬호는 감독실로 불려갔다. 오카다 감독은 이 자리에서 박찬호에게 직접 2군행을 통보했다. 오카다 감독은 박찬호에게 “장점인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오늘 전반적으로 공이 높았다”며 “2군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면 1군으로 다시 불러올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이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꼬집으면서도 향후 ‘신분 변동’ 가능성에 대해선 일반적 언질만 준 것이다. ‘문책성 강등’이다.
박찬호는 이미 한차례 2군행을 경험한 바 있다. 이달 11일 소프트뱅크 원정경기 직후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터리그를 앞둔 ‘배려’ 차원의 2군행이었다. 2연전 형태로 진행되는 인터리그의 속성상 선발투수를 6명이나 한꺼번에 1군에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나카무라 편성과장은 “지난번 2군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난번에는 열흘 뒤 복귀가 약속됐다. 이번에는 그런 약속이 없다”고 설명했다. 첫 2군행은 ‘인터리그를 앞두고 충분한 휴식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라는 의미가 담긴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점칠 수 없는 복귀시기
오카다 감독이 29일 박찬호에게 직접 2군행을 통보하면서 언급한 데서도 드러나지만 박찬호의 1군 복귀시점은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다만 이른 시일내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나카무라 편성과장은 “2군에서 감독의 요구를 충족시키면 빨리 올라오겠지만, 이번에는 늦어질 수도 있다. 지난번에는 2군에서 실전등판 없이 시뮬레이션 피칭만 했다”고 밝혔다. 문책의 성격이 엄연한 만큼 그 계기가 된 문제점들을 2군에서 실전을 통해 확실히 바로잡지 않고선 1군 복귀시기를 장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퍼시픽리그 다승왕인 우완 가네코 치히로와 2선발급인 우완 곤도 가즈키도 부상에서 벗어나 조만간 1군 마운드에 가세할 예정이다. ‘용병’ 박찬호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될 외부적 변수다. 부진한 용병에 대해선 일본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방을 내놓곤 한다. ‘교체’다.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용병 박찬호’에게는 엄연한 현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