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관 “시킨대로 한 그들에게 미안”…유서 언급 2인은 누구?

  • 동아닷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7시 00분


“모두 내가 시킨 일인데…” 실명 거론
검찰 조사중인 브로커·선수 가능성 커

구속 브로커 “정종관 깊이 관여” 진술
검찰 수사 부담감에 극단적 선택한 듯

정종관. 스포츠동아DB
정종관. 스포츠동아DB
전직 K리거가 승부조작 사실이 부끄럽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브리핑을 통해 “30일 오후 3시경 현재 챌린저스리그(K3)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공익근무 중인 정종관(30)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 호텔 객실에서 사망해 있는 걸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정종관은 목을 맨 상태였으며 객실 내 테이블에는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1장과 호텔 메모지에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부끄럽고 괴롭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법의학 박사와 검시한 결과 외상이 전혀 없고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등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에 압박

정종관은 이번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었다. 창원지검은 이미 구속된 브로커 2명으로부터 “정종관이 4월6일 러시앤캐시컵 2경기의 승부조작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정종관은 현재 승부조작이 이뤄진 혐의를 받고 있는 K리그 소속이 아닌 3부 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에서 뛰고 있다. 직접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검찰은 구속된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선수들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했거나 이들 브로커와 함께 아예 처음부터 승부조작에 참여할 선수들을 포섭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종관의 신병을 확보해 직접 수사하기 위해 25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상태였다.

정종관이 21일 구속된 브로커 김모 씨와 마산공고 축구부 선후배 사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광주FC 골키퍼 성모 씨와는 전북 현대에서 2003년부터 2년 간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

○유서에 밝힌 2명은 누구

정종관은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남긴 유서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찰은 “승부조작과 관련해서는 창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수사 중인 내용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승부조작과 관련해 축구 인으로 부끄럽고 괴롭다는 내용과 함께 두 명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내가 다 시킨 일인데 두 사람이 조사받게 돼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서에 언급된 두 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봤을 때 현재 창원지검에서 조사받고 있는 브로커나 선수 중 2명일 가능성이 크다.

○언제부터 승부조작 가담했나

정종관이 언제부터 승부조작에 가담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전북에서 뛰다가 병역비리로 임의탈퇴 된 2008년 초 이후일 것으로 보인다.

정종관은 K리그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출당하고도 그라운드를 잊지 못했다. 병역비리로 실형을 산 뒤 곧바로 지인의 소개로 2010년 초, 챌린저스 리그 서울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그러나 경기는 물론 훈련 때도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 유나이티드 김강남 감독은 “부모님이 아프셔서 그걸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종관이 가진 기량이 아까워 여러 차례 훈련에 나오라고 전화를 했지만 잘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정종관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올 2월 팀 훈련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다시 축구를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오랫동안 운동을 안 해 몸이 완벽히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개막전에 후반 교체 투입해 감각을 익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이후로 또 다시 연락이 되지 않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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