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30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K리그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에 앞서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오른쪽에서 두번째) 외 지도부가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연루된 전 K리거 정종관(30)의 자살로 축구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30일 오후 한국프로축구연맹 정몽규 총재가 직접 나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몇 시간 후에 정종관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 수사가 단순히 K리그뿐 아니라 축구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불안감에 휩싸였다. 정종관이 챌린저스리그(K3) 서울 유나이티드 소속이라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현재 검찰 수사는 K리그로 국한되어 있다.
대전 시티즌과 광주FC 소속 선수 5명과 브로커 2명 등 총 7명이 구속된데 이어 몇몇 선수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자살한 정종관도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창원 지검은 최근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를 3명으로 보강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혐의가 포착된 선수들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검찰이 추가 소환 조사를 시작하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축구관계자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K리그 승부조작 사건 이전에 K3리그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진 사례가 있다.
당시도 브로커들이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운영하는 중국인들이 국내 브로커를 영입해 K3리그에 뛰고 있는 선수들을 매수한 사례로, 이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K리그 관계자들은 K3리그에서부터 시작된 승부조작이 근절되지 않은 채 K리그까지 확대돼 흘러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승부조작에 관여하고 있는 브로커들이 더 대담해지면서 상위리그인 K리그까지 접촉 범위를 확대했다는 판단이다. 또 K리그 구단이 늘어나면서 K3와 내셔널리그 출신 선수들이 대거 K리그로 진출해 브로커들과의 연결고리가 확대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축구관계자는 “K3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확실하게 의혹을 털고 갔어야 하는데 관련자 몇 명만 처벌을 받았을 뿐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당시 선수들 뿐 아니라 구단까지 일벌백계했다면 이번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에이전트 또한 “K리그에만 승부조작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K3 등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리그도 재차 점검해 싹을 잘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축구계 반응
○김정남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당황스럽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축구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이다.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건지 당최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너무 충격적이다. 아무리 혐의자라 하더라도 그들을 구석으로 몰고 가면 이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