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임찬규, 신인왕 대야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5월 31일 07시 00분


두둑한 배짱으로 상대 불문 정면승부
벌써 5승…LG 첫 투수신인왕 도전장

임찬규. 스포츠동아DB
임찬규. 스포츠동아DB
그라운드 밖에서는 여전히 풋풋한 앳된 얼굴. 그러나 마운드에만 오르면 열아홉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상대타자가 누구라도 정면승부를 즐긴다. 두둑한 배짱, 거침없는 투구. 김동수, 유지현, 이병규 등 한때 신인왕의 산실이었지만 무려 14년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한 LG. 그러나 올해는 임찬규가 벌써 5승1세이브를 거둔 임찬규 덕분에 그간 실패한 신인농사를 보상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위에 올라있는 팀 성적에 걸맞은 강력한 신인왕 후보의 출현이다.

○14년 전 신인왕 이병규 선배는 우상

LG는 전신 MBC 청룡을 포함해 지금까지 5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청룡 시절에는 1986년 김건우와 1988년 이용철 등 2명의 신인왕이 탄생했다. 1990년 LG 창단 후에는 김동수(1990년), 유지현(1994년), 이병규(1997년)가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한때는 ‘신인왕의 산실’로 불리던 LG였지만 이병규 이후 감감무소식. 그리고 14년 만이다. 임찬규가 신인왕에 오른다면 LG 창단 후 투수로는 첫 신인왕이다. 아울러 LG는 두산(OB)과 함께 신인왕 최다 배출 구단으로 올라선다.

LG의 마지막 신인왕 이병규(37)는 어느덧 팀 내 최고참. 임찬규는 1992년생으로 둘은 무려 열여덟 살 차가 난다. 그러나 이병규가 앞에서 끌고, 임찬규가 뒤에서 밀면서 쌍둥이호는 모처럼 신바람 야구를 펼치고 있다.

임찬규는 “이병규 선배님이 신인왕을 탔을 때 난 다섯 살이어서 그때 활약상은 잘 모른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여덟 살 때 LG 이병규 선수가 좋아 야구에 빠져들었다. 이병규 선수처럼 되고 싶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면서 외야수를 했다. 나중에 감독님이 어깨가 좋다면서 투수로 바뀌게 됐지만, 어릴 때 우상이었던 이병규 선배님과 한 팀에서 뛴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인왕 욕심은 없을까. 그는 “삼성 배영섭 선배가 잘 하고 있지 않느냐. 난 타자 승부하기도 바쁜데 그런 거 신경 쓸 새가 없다. 내가 신경써야할 건 조인성 선배의 사인대로 던지는 것밖에 없다”고 당차게 말했다.

○시속 149km? 직구 구속 늘릴 때까지 늘린다!

임찬규는 씩씩하다. 상대타자가 누구라도 정면승부를 즐긴다. 두둑한 배짱, 거침없는 투구. 19세 투수다운 패기가 빛나고 있다. 시즌 초반 140km대 초반에 머물던 직구 구속은 최근 149km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그는 “고교 때도 첫 대회인 황금사자기에서는 141km 정도밖에 안 나왔는데, 여름으로 가면서 147km까지 나왔다”고 소개하면서 “직구 구속은 올릴 때까지 올려보겠다. 지금 구속을 늘리지 않으면 언제 늘리겠느냐. 직구가 맞아나가면 다른 변화구를 던지겠지만 지금은 직구가 통하니까 직구로 승부하겠다”는 신인다운 도전정신을 불태웠다.

고교를 갓 졸업한 선수는 프로에서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면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끄떡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고교 때는 며칠만 연투하면 됐지만, 프로는 매일 대기해야 하고, 매일 긴장해야 하니까 정신적으로는 피곤하다”고 솔직히 시인하면서도 “아직 체력적으로 지치지는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현재 보약도 챙겨 먹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교 때까지는 밥만 먹었는데 어머니가 요즘 장어, 녹용, 홍삼을 챙겨주신다. 프로니까 보약도 챙겨 먹어야할 것 같다. 앞으로 뱀이나 흑염소, 산삼도 다 먹어보겠다. 다 먹어봐야 나에게 맞는 보약을 찾지 않겠느냐”며 싱긋 웃었다.

○체력소모 줄이기 위해 껌 씹는 것조차 포기

임찬규는 시즌 초반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투구를 했다. 팬들은 ‘껌찬규’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트레이드마크인 껌을 씹지 않는다. 그 이유가 기막히다.

“5월 6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내던 날, 깜빡하고 껌을 사지 않았다. 그날 마운드에 올랐는데 처음엔 당황했지만 데뷔 첫 승을 했다. 그때 ‘야∼이거, 껌 씹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껌을 씹지 않은 뒤 계속 승리를 하고 있다. 고교 때는 며칠만 껌을 씹으면 됐는데, 프로에서 매일 껌을 씹으면 체력도 소모되지 않겠느냐. 호흡도 중요한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선발이면 모르지만 불펜투수는 껌 안 씹는 것도 체력관리라고 생각하면서 껌을 뱉었다.”

팀 내 막내. 선배들의 귀여움도 독차지하지만 항상 잔심부름을 도맡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그는 “신인이면 누구나 1군에 있는 것 자체가 소원이다. 1군에만 붙어있을 수 있다면 선배들 심부름하는 것도 나에겐 영광이다”며 웃었다. 당돌하면서도 엉뚱한, 그래서 더욱 풋풋한 당찬 신인 임찬규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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