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선발승 무려 20승…앞문 최강
오치아이코치 선발 제일주의 적극 수용
“선발, 오래 던지고 대신 길게 쉬어라!”
삼성은 올해도 난공불락의 마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개막 이후 꾸준히 3점대 초반의 팀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화력의 절대 열세마저 상쇄시킬 정도로 삼성 마운드의 힘은 강하다. 전임 선동열 감독의 유산이다. 그러나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지난해까지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새로운 경향이 발견된다. 불펜에서 선발로 마운드 운영의 추가 옮겨지고 있다. 마운드의 체질개선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류중일 감독 체제 하에서 새로운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 삼성 마운드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뒤가 아니라 앞이 강해졌다!
5월까지 삼성이 거둔 25승(2무20패) 가운데 선발승은 무려 20승(15패)이다. 나머지 5승(5패)이 구원승. 삼성 다음으로 선발승이 많았던 팀이 LG다. 같은 기간 LG는 선발 19승(14패), 구원 9승(6패)을 기록했다. 반대로 구원승이 가장 많았던 팀은 SK로 15승(6패)이었다(SK는 선발 13승10패를 기록했다). 현재까진 삼성이 선발승이 가장 많고, 선발승의 비중 또한 제일 높은 팀이다.
지난해까지 삼성은 ‘지키는 야구’, 즉 강력한 불펜을 앞세운 스타일의 야구를 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의 선발진과 불펜이 거둔 승수를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지난해 삼성의 79승은 선발 41승, 구원 38승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올해는 구원승이 8개 팀 가운데 가장 적을 정도로 삼성 마운드는 선발진 위주로 재편됐다.
○‘선동열 스타일’에서 ‘오치아이 스타일’로!
선동열 전 감독의 ‘지키는 야구’에서 마운드 운영의 포인트는 불펜, 좀더 세밀히 얘기하자면 마무리투수에 맞춰졌다. 우선 선발투수를 구상하고, 다음에 중간투수와 마무리를 순서대로 배열하는 포석이 아니라 리드를 유지한 채로 마무리까지 매끄럽게 넘겨주기 위해 중간투수와 선발투수로 누구를 쓸지 고민하는 식이다. 선 전 감독은 아예 “선발은 5이닝만 던져주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불펜, 특히 마무리를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삼성은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간다. ‘선발투수는 최대한 오래 던지고, 대신 휴식일을 길게 준다’(역으로 ‘휴식일이 보장되는 선발투수는 최대한 오래 던져야 한다’)는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의 지론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야수 출신인 류중일 감독은 오치아이 코치를 신임하고 있다.
류 감독은 선발을 중시하는 오치아이 스타일을 존중해주고 있다. 오치아이 코치가 건의하고 류 감독이 수용하는 형태다. 올해 삼성이 사실상 일본식의 6선발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는 사실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오승환이 부상으로 제몫을 못했던 지난해 불펜의 키였던 안지만을 올해 개막 직후 잠시나마 선발로 돌린 것이나, 주로 2군에서 선발수업을 쌓고 있는 정인욱을 주기적으로 1군에 호출해 6선발로 기용하는 것 모두 이와 무관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