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하루우라라’라는 경주마가 있었습니다. 1989년 데뷔 이후 2004년 은퇴까지 113회 레이스에서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말입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시게마쓰 기요시가 이 말을 소재로 책을 썼습니다. 일본인들이 왜 이 말에 열광하는지 그는 조교의 입을 빌려 이렇게 서술합니다. “하루우라라는 다르단 말이죠.
어떤 레이스에서도 열심히 뛰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우리 조련사들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 아, 이 말이 오늘 달리려는 마음이 없구나. 이 말은 최선을 다해서 달리고 있구나 하는 것을요. 하루우라라는 정말 열심히 달립니다.” 하루우라라 덕분에 그 지역 경마장의 경영까지 살아났답니다. 사람들은 승리나 돈이 아니라 하루우라라의 땀과 성실함을 목격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요즘 한화야구를 하루우라라에 비견하면 실례일까요. 아마 한화가 4강에 갈 일은 없을 거라는 현실을 다 압니다. 그럼에도 5월 한화의 인기는 전국구였습니다. 잠실 한화-두산전에서 다른 6개 팀 팬들이 한화를 응원하는 장면이 TV에 비치기도 했죠. ‘정말 저러다 여름은 어떡할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한화는 마라톤 페넌트레이스를 100m 주법으로 뛰고 있습니다.
#한화는 삼미 슈퍼스타즈와 다릅니다. 글로벌 거대기업을 뒤에 둔 프로이지요. 5월 초순 한화 그룹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룹에서 야구단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실제 얼마안가 한화에 프런트 개편이 닥쳤지요. 김승연 회장의 큰 아들이 야구단에 애정이 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남몰래 잠실구장을 찾는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룹이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주력 업종을 바꿔 제2의 도약을 해냈듯 ‘레전드 마케팅’ 이후의 ‘어필 모델’을 내놓아야 야구단 존재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전력 조건은 만들어주는 게 그 첫걸음일 것입니다. 설마 ‘야왕’의 용병술만 믿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