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학자들은 동서양의 무수한 영웅 신화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해 낸다. 비범한 탄생과 시련, 조력자의 등장 등이 그것이다. 지난 주말 대전 한화전에서 2.2이닝 동안 1볼넷 무안타 7탈삼진으로 활약하며 ‘충격 데뷔전’을 치른 김대우(23·넥센·사진)도 마찬가지다. ○비범한 탄생- 넥센 스카우트팀이 내린 탯줄
서울고 2학년까지는 ‘그저 그런’ 야수였다. “그나마도 투수전향을 안했다면 프로도 못 왔을 것”이라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3학년 때부터 투수가 됐지만, 동기인 임태훈(두산)의 벽 때문에 출전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야구명문이 아닌 홍익대 출신 투수를 눈여겨보는 스카우트도 적었다. 프로의 탯줄을 받은 것 자체가 극적이었다. 마침 투수 보는 안목이 출중한 넥센 스카우트팀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넥센 노춘섭 스카우트 팀장은 “대학 때도 3이닝 정도는 셧아웃이었다. 정통 언더핸드 투수라는 희소성과 묵직한 구질, 마운드 위에서 싸울 줄 아는 자세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시련과 조력자의 등장- ‘승부사’ 정명원 2군 코치와의 만남
결국 9라운드 67번으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지만, 스프링캠프가 열린 플로리다행 티켓은 얻지 못했다. 김대우는 아쉬움을 삼키고, 강진의 밤을 갈랐다. 개인훈련이 가장 많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현역시절 ‘한국의 롭 디블’로 불리며, 불같은 승부근성을 자랑한 정명원 2군 투수코치는 “도망가지 말고 붙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가르침들은 장성호(한화) 등 거물급 타자들에게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근간이 됐다. 무기는 충분했다. ‘정통’ 언더핸드투수의 시속140km 직구가 프로야구에서 사라진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김대우는 모든 공을 2군 지도자들에게 돌렸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신인투수.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로가 영웅 신화의 ‘발단·전개’ 구조와 유사한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