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26·삼성화재)가 짓궂은 농담을 던지면 신혜인(26)은 눈을 흘기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 둘을 알아본 사람들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너무 이쁘다. 행복하게 살라”며 덕담을 건넸다.
“사귀고 싶은 여자는 혜인이가 처음이었다”는 박철우와 “어렸을 때부터 현모양처를 꿈꿨다”는 신혜인을 12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 근처에서 만났다. 9월3일 결혼을 앞둔 커플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던 지난 4년간의 러브스토리를 유쾌하게 풀어놨다.
● 재수 끝에 얻은 연인
박철우와 신혜인은 2006년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2007년 초부터 정식으로 사귀었다. 첫인상은 서로 “별로였다”고 입을 모았다. “철우가 약속시간 한참 지나서 왔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얼짱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실망이었어.”
2006년 말, 박철우는 첫 번째 프러포즈에 실패했다. 사실 신혜인은 운동선수와 사귀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박철우는 알면서도 용기를 내 문자를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신혜인은 “계속 친구로 지내자”고 했고, 박철우는 “좋아하는 사람과 어떻게 친구가 되느냐”며 거절했다.
박철우는 2006년 12월24일, 삼성화재와 리그 개막전 날 ‘오늘 게임 잘해’라는 신혜인의 문자를 받았다. ‘프러포즈를 거절해 놓고 문자는 왜 보냈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당시 소속팀 현대캐피탈은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박철우가 고개를 숙이고 나오는 데 수 많은 사람 사이에서 신혜인이 눈에 딱 보였다.
“일부러 잘 보이라고 노란색 코트 입고 나왔어요.”
“무슨 소리야. 그냥 입은 거야.”
박철우는 한 달 뒤 두 번째 고백을 했다.
“다시 생각해 달라고 했죠. 이것저것 따지면 아무도 못 사귀니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 갖고 날 봐 달라고 했어요.”
신혜인은 그 때 박철우란 남자가 참 든든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스물 셋 어린 나이에 나만 믿으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 로미오에게 조언해 주는 줄리엣
둘의 교제가 알려진 뒤 박철우가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부진한 날이면 늘 ‘신혜인’이라는 이름이 따라붙었다.
“철우가 자기만 잘 하면 된다고. 그러면 아무도 그런 말 안 한다고 절 위로했죠. 그런데 삼성화재와 경기하는 날이면 너무 마음이 앞서 있는 게 보였어요.”
신혜인은 삼성화재-현대캐피탈 경기가 있으면 처음에는 삼성화재를 응원했지만 나중에 현대캐피탈로 바뀌었다.
“원래는 철우는 좋은 플레이하고 아빠가 이겼으면 했어요. 철우는 아직 가족은 아니었으니까.(웃음)그런데 철우가 조금만 못해도 안 좋은 말이 나오니 나중에는 아빠에게 미안해도 현대캐피탈이 이겼으면 싶었죠.”
박철우는 입버릇처럼 “신혜인이 선수 생활하는 데 옆에서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신혜인이 옆에서 거들었다. “사실 아빠가 삼성화재 감독 된 뒤 배구 열심히 봤는데 그 때 멤버가 정말 최고였죠. 저는 고급배구에 익숙해져 있다고 늘 철우를 놀려요. 사실 세진오빠가 날씬해보여도 전성기 때 종아리 근육이 대단했거든요. 근데 철우는 너무 매끈해요. 하체운동을 더 해야 해요.”
● 성실함과 다정함으로
신혜인은 박철우와 교제를 시작한 뒤 가장 먼저 부모님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의 아버지 신치용 감독은 “그냥 친구로만 지내라”고 처음에 반대했다.
박철우가 사석에서 신 감독을 만난 뒤 “전형적인 딸 바보이시다”고 할 정도로 그는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끔찍하다. 신 감독은 자신이 운동선수 출신이라 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자식들은 그런 전철을 안 밟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농구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 전미애 씨도 “형광등도 네가 갈고 못도 네가 박아야 한다”고 겁을 줬다.
신혜인은 당찼다. “내가 엄마 아빠 평생 사는 거 봤는데 걱정 마시라”며 설득했다.
박철우는 성실함과 다정함으로 예비 장인 장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아빠가 철우랑 대표팀 훈련을 같이 해 보시더니 성실하고 심성이 착하다며 좋은 평가를 하셨어요. 기분 좋았죠. 엄마는 철우가 다정하게 절 대하는 걸 보고는 아빠와 다르다며 찬성표를 던지셨죠.”
■ 박철우♥신혜인 만남부터 결혼까지
● 2006년 모임서 첫만남 신 “약속시간 늦은 철우 첫인상 꽝!” 박 “왜 이래? 얼짱 기대했는데 나도 실망이었어”
● 2006년 말 첫번째 프로포즈 신 “운동선수와는 안 만나…친구로 지내자” 박 “좋아하는데…친구로 못 지내”
● 한달 뒤 두 번째 고백 박“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좋아하는 마음만 받아줘” 신 “스물 셋 어린 나이, 나만 믿으라는 말 든든했죠”
인천|윤태석 기자 (트위터 @Bergkamp08) sportic@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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