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리듬체조 양대 산맥이자 오랜 라이벌이다. 러시아의 예브게니야 카나예바(21)는 지난해 은퇴한 우크라이나의 안나 베소노바(27)와 함께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무대를 양분했다.
양국의 미묘한 정치적 관계에 오랜 경쟁의 세월까지 더해 양국 리듬체조 관계자들은 불편한 세월을 보냈다. 특히 리듬체조는 대회 때마다 선수 인지도, 해당 국가 협회의 파워가 채점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다. 양국은 10여 년 전 한 대회에선 물리적 충돌까지 겪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11, 12일 국내에서 열린 리듬체조 갈라쇼인 ‘LG 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갈라쇼 출연진은 손연재를 비롯한 한국 국가대표 3명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선수로만 구성됐다. 러시아 체조협회 타티야나 세르게바 씨는 “양국 선수들만으로 구성된 무대는 처음이다.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고 말했다.
우려한 대로 신경전도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과 동메달을 나눠가진 카나예바와 베소노바의 갈라쇼 러닝 타임과 순서를 두고는 고성이 오갔다 서먹한 양국 관계를 고려해 입출국 일정과 시내 관광 스케줄도 다르게 잡혔다.
하지만 함께 자고 먹고 연습하며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양국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갈라쇼 총연출이자 손연재의 안무가 루시 드미트로바(루마니아)의 스파르타식 훈련 계획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양국이 공동 행보를 취했다.
11일 갈라쇼 후 열린 양국 공동 회식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체조협회 이리나 데리우기나 부회장은 “내년에도 러시아와 함께 한국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손연재도 “그동안 뭔가 서먹서먹했던 선수들에게 이번 갈라쇼가 화합의 다리가 됐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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