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이 끝난 후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마무리훈련을 가만히 지켜보다 기자를 향해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김 감독은 어쩌면 그때부터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셈이다. 프로야구 감독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직업이지만 모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김 감독도 지난 7년간의 감독생활을 통해 명장 반열에는 올랐지만 인간 김경문으로서 고뇌가 많았다.
“2004년 처음 감독을 했을 때는 야구가 정말 재미있었거든. 내가 잃을 게 뭐가 있어. 하고 싶었던 야구만 하면 됐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 힘들더라고. 감독이라는 자리가 그래. 선수는 개인성적, 코치는 담당선수들만 신경 쓰면 되는데 감독은 모든 것을 아울러야해. 7년 동안 너무 부대끼니까 마음이 지치더라고. 내년에도 우승 못하면, 8년간 우승을 못하는 감독이면 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나 싶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항상 “죄송하다”며 먼저 고개를 숙이곤 했다. 늘 우승 문턱에서 마시는 고배. 누구보다 가슴이 쓰린 사람은 본인이지만 “두산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의 올시즌 각오도 하나였다. 팬들의 성원에 우승으로 보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그는 지휘봉을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