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과 삼성이 맞붙은 플레이오프는 역사에 남을 명승부로 꼽힌다. 5경기 모두 1점차 승부였고, 최종 5차전은 연장 11회까지 가서야 삼성 박석민의 끝내기 내야 안타로 마무리됐다.
당시 두 팀의 치열한 대결은 사령탑의 이름을 따 해와 달의 승부로 불렸다. 해(Sun)는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의 성에서, 달(Moon)은 13일 자진 사퇴한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의 이름 마지막 글자에서 따왔다.
그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프로야구에서 해와 달이 모두 사라졌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선 전 감독은 시즌 후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재임 6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2번에 5차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냈던 터라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계약 기간은 4년이나 남아 있었다.
김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역시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7년 동안 3차례나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는 등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명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올 시즌 비록 7위로 처져 있긴 하지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는 터라 역시 의외였다.
지난해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지난해 4강에 올랐던 4팀 중 3개 팀의 사령탑이 벌써 바뀐 것이다. 우승을 차지한 SK 김성근 감독은 올해도 팀을 1위로 이끌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라 시즌 후 거취는 유동적이다.
이런 사정으로 올 시즌 후 거물급 감독 후보들이 어디로 이동할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감독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은 제9구단인 엔씨소프트다. SK와 두산도 새 감독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현 감독의 재임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성적에 따라 신임 감독을 필요로 하는 구단이 나올지 모른다.
선 전 감독이나 김 전 감독은 충분히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어 시기가 문제일 뿐 현장 복귀는 기정사실이다. 결국 김 전 감독 사퇴의 후폭풍은 올 시즌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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