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귀화한 중국 출신 204cm 오적룡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제물포고 센터로 맹활약 “나의 코리안드림은 한국농구대표”

“태극마크 달고 싶어요.” 중국 출신으로 지난해 귀화한 인천 제물포고 3학년 오적룡은 평소 가슴에 ‘KOREA’라 쓰인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태극마크 달고 싶어요.” 중국 출신으로 지난해 귀화한 인천 제물포고 3학년 오적룡은 평소 가슴에 ‘KOREA’라 쓰인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국가대표도 아닌 그는 가슴에 ‘KOREA’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얼마나 자주 입었던지 목 주변은 땀으로 노랗게 변색돼 있었다. “작년에 우리 학교로 교생실습 왔던 세근이 형이 선물로 준 거예요.” 오세근은 전체 1순위로 프로농구 인삼공사에 지명된 국가대표 차세대 유망주. 존경하는 선배가 준 옷을 애지중지한 건 중국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제물포고 센터 오적룡(19)이었다.

용처럼 나아가라는 의미로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줬다는 그는 15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개막한 고려대 총장배 전국남녀농구대회에 출전했다. 대회 프로필에는 ‘우띠롱(우디룽)’이라는 중국 이름으로 나와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 국적 취득 후 개명 절차에 시간이 걸려 일단 예전 이름으로 선수 등록을 해서다.

중국 하얼빈에서 태어난 그는 장대높이뛰기 선수 출신 아버지와 배구를 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좋은 체격과 운동 감각을 타고났다. 하지만 농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중국에서 스타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우연히 경희대 최부영 감독과 친분이 있던 옌지대의 한 중국동포 교수의 추천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2009년 1월 29일 하얼빈을 떠나 한국에 왔어요.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요.”

최 감독의 모교인 군산고를 거쳐 지난해 제물포고로 옮긴 그는 귀화를 위해 하루 4시간의 학원 수업에 과외까지 하며 한국어와 한국사 등을 배웠다. “공부하면서 고향 하얼빈과 안중근에 대해 알게 됐어요. 내 생일인 6월 25일은 한국에서 전쟁이 터진 날이더라고요.” 재수 끝에 귀화 시험에 합격한 그는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며 된장찌개 하나면 밥 두세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국적 문제를 해결한 오적룡은 코트에서도 위력을 더하고 있다. 거친 몸싸움으로 일관하던 중국 농구에서 벗어나 세밀하고 조직력이 강한 국내 스타일에 적응하고 있다. 이날 상산전자고와의 경기에서 20분만 뛰고도 8득점, 11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제물포고 김영래 코치는 “큰 키에도 스피드가 뛰어나고 슈팅 능력까지 갖췄다”고 칭찬했다. 최 감독은 “예전에 아르헨티나에서 온 김민수보다 오히려 낫다. 성인 무대에서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부쳐주는 매달 30만∼40만 원의 용돈을 쓰고 있는 오적룡은 “프로에 가서 효도하겠다. 한국 대표가 되는 게 꿈”이라며 코리안 드림을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오적룡(吳迪龍)::

△생년월일=1992년 6월 25일 △소속=인천 제물포고 졸업반(경희대 진학 예정) △출생지=중국 하얼빈 △가족 관계=아버지 오옌 씨(46·190cm). 어머니 장친화 씨(44·180cm)의 장남 △체격=204cm, 100kg △발 사이즈=310mm △농구 시작=초등학교 3학년 △한국 입국=2009년 1월 △한국 귀화=2010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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