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인터뷰] KIA 김선빈 “‘무등 메시’ 별명이 내게 용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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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7시 00분


김선빈이 직접 뽑은 팬 3명에게 선물할 사인볼을 들고 기분 좋게 웃고 있다.
김선빈이 직접 뽑은 팬 3명에게 선물할 사인볼을 들고 기분 좋게 웃고 있다.
KIA 김선빈(22)은 2011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사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신체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유격수가 되기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있다. 시즌 초반 한때 공격 6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린 김선빈은 3할대 타율과 4할대 출루율, 20개 가까운 도루 등으로 여전히 공·수·주에서 제 몫 이상을 하고 있다.

그는 KIA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다. 작은 체구가 주는 편견을 오직 땀 하나로 극복해왔다. 김선빈의 트위터 인터뷰를 알리자마자 수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키’에 대한 질문을 쉽게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팬들도 이제 더 이상 프로필에 적힌 키가 아니라 차세대 한국야구를 대표할 유격수로 김선빈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진지한 성격답게 김선빈은 질문 하나 하나에 정성껏 답변했다. 청소년대표였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야구를 포기했었던 아픈 기억,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뜬공에 대한 약점까지 팬들 앞에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선빈이 직접 뽑은 친필 사인볼(맥스스포츠 제공)의 당첨자는 @whitegalaxia, @kimhn0208, @cholinfx. 다음주 트위터 인터뷰의 주인공은 두산의 용병 에이스 니퍼트다.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 것 같아요?(@whitegalaxia)

“제 나이를 생각하면 대학생이겠죠?(웃음) 프로선수가 되서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하지만 대학생활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요. 만약 학생이 아니었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옷에 조금 관심이 있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여행도 많이 다녔을 것 같습니다.”

-김선빈에게 메시란? 그리고 ‘무등 메시’라는 별명은 마음에 드나요?(@fullbasey)

“처음에 ‘무등 메시’라는 별명을 듣고 솔직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메시는 정말 세계적 축구선수잖아요. 저는 아직 한국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선수가 아닌데, 실력적인 면에서도 하늘과 땅 차이잖아요. 메시는 같은 운동선수로 존경합니다. TV를 통해 가끔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체구로 정말 잘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특히 한 광고에서 끝없이 노력하며 장애를 극복했다는 스토리를 듣고 ‘정말 대단하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용기를 많이 줍니다.”

-원정경기도 함께 다니고, 팀이 가족 같을 것 같아요. 가장 엄마 같은 선배는 누구인가요? 잘 챙겨주고, 엄마 같은 애정이 담긴 잔소리도 해주는 그런 선배요.(@leez_hs)


“(나)지완이 형이죠. 정말 많이 챙겨줘요. 조언도 많이 해주고, 서로 장난도 진짜 많이 치고 그래요. 친형 같기도 하고, 질문처럼 엄마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 포지션이 투수라고 들었어요. 야수로 전향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요?(@kannan78)

“딱 한 가지 이유로 후회가 되요. 뜬공을 잡지 못했을 때, 뜬공에 대해 약점을 느낄 때 그런 마음이 들어요. 투수를 했으면 뜬공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격수잖아요. 빨리 극복해야죠.(김선빈은 화순고 2학년 때 투수로 청소년대표에 선발됐다. 최고 145km의 빠른 공을 던졌었다)”

-김선빈 선수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4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는 상상을 가끔 합니다. 성인대표팀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그리고 안치홍 선수와 함께 대표팀에서 키스톤 콤비하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aelee00)


“우와! 진짜 날아다닐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대한민국 최고들이 모인 팀에 일원이 되는 거잖아요. 얼마나 기쁠까요. 많은 프로선수들 중에서 당당히 대표팀에 뽑힌다면 그라운드에 진짜 온 몸을 던질 것 같아요. 치홍이요? 저야 꼭 함께 가고 싶죠. 즐거운 상상, 그리고 꼭 이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 대표팀에 뽑히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요. 유격수는 정말 수비가 더 중요한 포지션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저는 뜬공에 아직 약점이 있습니다. 피하지 않고 내가 잡겠다고 달려들면서 이제 자신감은 붙었어요. 그래도 아직 완벽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꼭 극복하겠습니다.”

-동생 선현(동국대 1학년) 군도 같은 유격수잖아요. 동생한테 배울 점이 있다면요? 그리고 동생이 KIA에 입단하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요?(@kimhn0208)

“동생은 승부욕이 정말 대단해요. 저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선현이는 저보다 훨씬 심해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선현이가 중학교 3학년 때 달리기 내기를 한 적이 있어요. 당연히 제가 이겼는데, 1주일 동안 연습하더니 또 하자고 그러더군요. 그렇게 5번을 더 했어요. 나중에는 더 하기 싫어서 몰래 그냥 져줬어요. 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해요. 제게 앞으로 대표팀에 선발될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지만 몇 년 후에는 군대를 가야하잖아요. 저 군대 갈 때 동생이 KIA에 왔으면 좋겠어요. 형제가 한 팀에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다만 포지션이 같으니까, 군대 간 사이에 와서 열심히 경쟁해서 주전이 됐으면 좋겠네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선빈 선수가 야구를 시작하도록 만든 ‘그 순간’은 언제였나요?(@KNKNOKU)

“야구라는 운동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작했지만 사실 중간에 포기했었어요. 고2 때 청소년대표에서 돌아온 후에 야구를 그만 뒀어요. 집안 사정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회비도 내지 못했고, 그런 상황에서 동생도 있고 해서 제가 야구를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 때는 제가 프로에 갈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었기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고 빨리 졸업해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한 달 정도 야구부에 나가지 않았죠. 팀에서 계속 다시 하자고 설득을 했어요. 저도 많이 고민했죠.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했어요. ‘그래 야구에 인생을 걸자’ 정말 열심히 했어요. 아버지께서 많이 미안해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더 죄송해요.”

-‘연기는 현빈, 야구는 선빈’이라는 응원 피켓 보셨나요?ㅋㅋㅋ(@dyek388)

“신문 제목으로 처음 봤어요. 이건열 코치님이 웃으면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진짜 유명한 스타라서 뭐라고 할까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끼리 비교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김선빈 선수에게 이종범 선배는 어떤 존재인가요. 그리고 전성기 시절 이종범 선수에게 받고 싶은 능력을 딱 2가지 고른다면.(@18ran, @cholinfx)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어요. 잠깐 기록만 봐도 정말 위대한 선수잖아요. 선배님이 ‘선빈아 꼭 50도루 해라’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까 50도루는 정말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80개 이상 도루를 하셨어요?’라고 물어봤죠. 대답은 ‘그 때는 한다면 무조건 했다’고 답하시더라고요. 존경한다는 말밖에는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음, 전성기 때 선배님은 홈런도 30개 이상 기록한 시즌이 있었어요. 그 장타력, 그 파워를 받고 싶어요. 그리고 역시 유격수는 수비죠. 범위가 넓은 수비능력, 꼭 받고 싶어요.”

팬들이 묻고 선수들이 답하는 ‘트위터 인터뷰’ 다음차례는 두산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 입니다.

정리 | 이경호 기자(트위터 @rushlkh )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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