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 새 골프황제 ‘위대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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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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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오픈 기록 쏟아내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타이거는 잊어라” 매킬로이의 포효 제111회 US오픈에서 역대 최소타인 16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오른 북아일랜드의 신성(新星) 로리 매킬로이가 갤러리를 향해 챔피언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4월 마스터스에서 마지막 날 4타 차 선두를 지키지 못했던 매킬로이는 이 대회에선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한 번도 공동 선두조차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베세즈다=신화 연합뉴스
“타이거는 잊어라” 매킬로이의 포효 제111회 US오픈에서 역대 최소타인 16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오른 북아일랜드의 신성(新星) 로리 매킬로이가 갤러리를 향해 챔피언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4월 마스터스에서 마지막 날 4타 차 선두를 지키지 못했던 매킬로이는 이 대회에선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한 번도 공동 선두조차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베세즈다=신화 연합뉴스
두 살 때 드라이버로 40야드를 날린 순간 그의 인생은 결정됐다. 그는 골프 선수가 될 운명이었다. 9세 때는 첫 홀인원을 했다. 18세이던 2007년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골프 황제’로 군림하던 타이거 우즈(35·미국)가 그를 눈여겨봤다. 그해 자신이 주관하던 타깃 월드챌린지(현 셰브런 월드챌린지)에 그를 초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정중한 거절. “초청은 기쁘지만 지금은 유럽 투어에 전념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2009년 2월 그는 만 20세에 유럽프로골프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이듬해 5월엔 퀘일할로 챔피언십에서 필 미켈슨(미국)을 누르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승을 올렸다. 거칠 것 없이 달려온 그에게 메이저대회 우승은 시간 문제였다.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20일 미국 메릴랜드 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1·7574야드)에서 열린 제111회 US오픈 마지막 날 그는 2타를 줄이며 역대 최소타인 16언더파 268타로 2위 제이슨 데이(호주)를 8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세상은 25세에 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우즈의 뒤를 잇는 새 골프 황제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를 반갑게 맞았다.

○ 승리, 그리고 부활

매킬로이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4월에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선 샬 슈워츨(27·남아공)의 우승보다 매킬로이의 추락이 더 큰 화제였다. 3라운드까지 사흘 연속 단독 선두를 달린 그는 4라운드에 들어갈 때 2위 그룹에 4타나 앞서 있었다.

하지만 1타 차로 쫓긴 10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서 70야드나 떨어진 오두막으로 보내 트리플 보기를 한 것을 시작으로 후반에만 7타를 잃으며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날 8오버파 80타를 치며 공동 15위까지 밀렸다.

US오픈 1라운드에서 그가 3타 차 선두로 나섰을 때도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그렇지만 그는 2라운드에서 5타를 더 줄이더니 3, 4라운드에서도 각각 3언더파와 2언더파를 쳤다. 무결점 골프로 우승을 확정지은 매킬로이는 자신의 트위터에 두 단어로 팬들에게 심경을 알렸다. 승리(Winning), 그리고 부활(Bounce back)이었다.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매킬로이는 라운드 내내 그를 따라다닌 아버지 제리 씨와 뜨겁게 포옹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날(6월 셋째 주 일요일) 축하해요”라고 말했다.

○ 잭 니클라우스,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

매킬로이의 부활에는 골프와 축구의 거장인 잭 니클라우스와 알렉스 퍼거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있었다.

통산 최다 메이저대회 우승자(18회)인 니클라우스는 지난해 플로리다로 매킬로이를 초청해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매킬로이가 큰 실패를 맛보자 니클라우스는 다시 매킬로이를 만나 “내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한 것은 내가 잘 쳤다기보다 상대방이 실수를 해줬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여느 20대 청년처럼 매킬로이는 영화와 음악, 자동차, 그리고 축구를 좋아한다. 특히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유의 광팬이다. 영국 더 데일리 스타는 지난주 “퍼거슨 감독이 마스터스 역전패 후 충격에 빠진 매킬로이에게 ‘팬들의 비난은 걱정하지 말고 너를 사랑하는 팬들을 만나라. 시간을 갖고 준비하면 예전 기량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요지의 조언을 했다”고 전했다. 매킬로이는 “메이저 첫 승을 하면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트래퍼드 주변에서 퍼레이드를 펼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이 말을 실천할지 관심을 모은다.

○ 고민, 그리고 기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골프계는 스타 부재에 고민하고 있었다. 10년 이상 황제로 군림하던 우즈는 부진에 이어 무릎까지 다쳐 복귀 시점마저 불투명하다. 자주 바뀌는 세계 랭킹 1위 선수들은 우즈만큼의 파급력이 없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실력과 스타성에 밝은 이미지까지 겸비해 골프계는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경기였다. 우승의 기쁨을 즐겨라. 잘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양용은(39·KB금융그룹)도 “매킬로이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두렵다”고 말했다.

우즈의 부진 이후 미국 골프계가 위축되면서 이번 US오픈을 포함해 최근 5개 메이저대회의 우승은 모두 미국 이외 국적의 선수가 차지했다. 매킬로이는 세계 랭킹에서 평균 포인트 7.19점으로 지난주 8위에서 4위로 올랐다.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우즈는 15위에서 17위로 떨어져 최경주(16위)보다 밀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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