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야드에 이르는 파3 10번홀. 양용은(39)의 하이브리드 티샷이 핀 1m 정도에 붙었다. 동반자였던 로리 매킬로이가 6번
아이언으로 친 공은 그린에 떨어져 내리막 경사를 타고 구르더니 홀과 15cm 거리에 멈췄다. 2009년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역전패를 안겼던 양용은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TV 해설가는 “뛰는 양용은 위에 나는 매킬로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흘 내내 신들린 듯한 컨디션을 보인 매킬로이를 따라잡지는 못했어도 양용은은 3, 4라운드
매킬로이와의 맞대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메이저 챔피언다운 저력을 보였다. 그는 통산 3번째로 출전한 US오픈에서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인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한국 선수와 재미교포는 11명이나 출전해 7명이 본선에 진출하며
선전했다. 3라운드까지 10위 이내에 진입했던 김경태(25)와 노승열(20), 김도훈(22)은 나란히 공동 30위(2오버파)에
올랐다. 올 시즌 미국PGA투어 신인 강성훈은 39위(3오버파)에 자리했다. 배상문도 4라운드에 4타를 줄이며 공동
42위(4오버파)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런 성과로 한국 남자 골프는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던 일본을 제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용은이 2년 전 아시아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이 됐고 최경주가 지난달 제5의 메이저대회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젊은 후배들이 선배들을 쫓고 있는 양상이다.
한때 한국 남자 골프는 여자 선수들에게 밀려
국내용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지만 이젠 아시아, 유럽, 일본 투어 등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전세가 역전된 것 같다. 양용은은
“한국 선수들이 더 많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는다면 US오픈이라고 해서 전혀 주눅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