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23)이 24일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광현은 하루 전인 23일 광주 KIA전에 선발등판해 8이닝 동안
홈런 3방을 포함해 14안타 4볼넷 6삼진 8실점의 난조를 보이며 완투패를 기록했다. 2007년 데뷔 후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피홈런, 최다 피안타 기록까지 작성했다. 시즌 4승6패에 방어율 5.14. 무엇보다 SK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이 이날 무려
147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교체를 하지 않고 마운드에 내버려둬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문학 LG전이 우천으로 취소된 24일,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투구수 147개까지 방치한 이유
김광현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4승6패짜리 투수 아닌가. (2군에 갔으니) 2군투수다”고 말한 뒤 침묵을 지켰다. 거듭된 질문에 김 감독은 비로소 전날 완투를 시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살 길이 뭐냐를 스스로 찾으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불펜을 아끼려고 한 것도 아니다. 난 투구수가 147개였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냥 마지막까지 어떻게 던지나 지켜봤을 뿐”이라며 사실상 마운드에 방치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무엇이 김 감독을 화나게 만든 것일까. 김 감독은 “그 전(3회에)에 직구로 홈런을 맞았는데, 그 타자가 다음 타석 때 직구를 노리고 오겠느냐”며 생각 없는 투구를 질타하면서 “그때 교체도 생각했다. 박희수 윤희상이 준비돼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마운드 위에서 던지면서 느끼라고 놔뒀다”고 설명했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게 베스트
김광현의 올시즌 부진에 대해 김 감독은 “지난해 말 안면마비 증세로 캠프에서 투구수가 적었다. 다른 투수들은 1500개 이상씩 던졌는데 김광현은 1000개도 안 던졌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준비가 덜 되고, 정신적으로 초조함이 묻어나왔다”면서 이해를 했다.
그러나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 김 감독은 “컨디션이 나쁘면 나쁜 대로 타자 잡는 법을 배워야한다. 완급조절도 있고, 코너워크와 볼배합도 있다. 그걸 못하면 B급, C급 투수로 끝난다”면서 “타자도 마찬가지다. 예전 장효조는 컨디션이 나쁠 때 커트, 커트하면서 볼넷을 골라 나갔다. 그러니까 3할타자가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경기 나중에는 직구도 136∼138km가 나오더라. 6회와 7회에 슬로커브와 완급조절로 삼진을 잡았다. 그래서 깨달았나 싶어서 봤는데 다음에 또 전력피칭을 하면서 얻어맞더라. 투구수가 많아 힘이 없다? 힘이 없는 대로 아웃코스에 공을 떨어뜨리면 될 것 아닌가. 스트라이크 비슷한 볼로 타자를 잡을 수 있어야한다. 베스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김선우가 올해 초반에 잘 할 때도 그렇게 이겼던 것이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김광현 복귀?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렇다면 김광현은 언제쯤 1군에 복귀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열흘 후가 될지, 한 달 후가 될지, 두 달 후가 될지 나도 모른다”고 했다. “지난번(5월 11일) 2군행을 지시했을 때는 폼도 나빴고, 몸도 안 좋아 무리를 안 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이번엔 다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김광현과 함께 김상진 투수코치도 2군에 내려갔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 코치에게 “절대 터치하지 마라. 본인이 훈련스케줄 만들고, 스스로 움직여 만드는 걸 옆에서 보기만 해라”고 지시했다. 스스로 깨닫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SK는 1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과연 김광현 없는 선발 로테이션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충분히 돌아간다”며 연연하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