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새내기, 신인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뭇 다른 단어가 있다. 바로 ‘막내’다. 팀의 궂은일을 도맡는다는 뜻이 강하게 배어 있는 호칭이다. 프로야구단에서 막내로 산다는 건 어떤 풍경일까.
○ 막내는 막내다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팀 내 군기는 군대 못지않았다. 하지만 자율 야구가 자리 잡으면서 막내들의 몸은 확실히 편해졌다. 훈련 때 아이스박스, 음료수, 야구공 챙기기나 공동 빨래 널기, 선배 물건 사물함에 넣어주기 등을 제외하면 막내라서 하는 심부름은 많이 줄었다.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1992년 은퇴)은 “우리가 막내 생활을 할 때는 헬멧, 장갑, 배트 등 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당번이 있었을 정도로 고됐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막내가 심부름 때문에 운동을 못한다면 그건 프로 구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막내가 느끼는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몸은 편해도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였다. 넥센의 막내 김대우(23·2011년 입단)는 “이숭용 선배(40)가 어깨에 손만 얹어도 깜짝깜짝 놀란다”며 “대졸 신인이라 가장 어린 것은 아니지만 입단 막내라서 알아서 눈치를 보고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뛰어든 LG의 막내 임찬규(19·2011년 입단)는 “이병규(37), 조인성(36) 등 17세 이상 차이 나는 선배들에게는 아직 어려워서 말을 못 걸고 있다”고 말했다.
○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
무한 생존 경쟁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막내들의 어깨를 더욱 내려가게 한다. 막내들은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고 입을 모았다.
2011년 신인 최고 계약금인 7억 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유창식(19)은 “프로에 오기 전 꿈꿨던 내 모습의 50%밖에 못 보여주고 있다. 1군에 등록된 모든 선배가 나보다 잘하는 것 같다”며 “개막 전에는 10승을 목표로 했는데 1군에 계속 붙어 있을 수만 있다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의 막내 양종민(21·2009년 입단)은 “그동안 1군 무대에 서면 어쩔 줄을 몰랐다. 제 플레이를 찾는 데만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치열한 생존 경쟁 탓에 실제로 신인들은 1군 엔트리에 등록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24일 현재 2011년 입단 신인이 1군 엔트리에 남아 있는 건 한화, LG, 넥센 등 3개 구단밖에 없다. 선수층이 두꺼운 SK의 경우 2007년 입단한 김광현이 막내일 정도다. 24일 김광현이 2군으로 내려가면서 SK 1군 엔트리에는 2007년 이후 입단자가 한 명도 없다.
○ 막내들의 수호천사
선배들의 사랑과 조언은 고된 막내 생활을 이겨 나가는 데 보약이 된다. KIA의 막내로 왼손 불펜 요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심동섭(20·2010년 입단)은 “룸메이트이자 초중고교 동문인 서재응 선배가 정말 잘해 주신다. 전지훈련을 갈 때마다 옷, 신발, 밥까지 척척 사 주신다”고 말했다. 임찬규도 “17일 SK전에서 4연속 볼넷을 허용할 때 김광수 선배의 위로와 격려가 없었다면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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