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검지에 감전된 듯한 통증을 느낀 로페즈는 결국 다음 타자까지 범타 처리한 뒤 6회 손영민으로 교체되고 말았다. 검지 끝에 전기를 느낀 것은 팔꿈치쪽 부상을 의심할 수 있어서였다. 로페즈 조기 강판이라는 뜻밖 변수가 생겼지만, 롯데는 ‘반전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KIA는 7-2 낙승을 거뒀다.
KIA ‘효자 용병’ 로페즈가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갑작스런 강판이란 악재 속에서도 5이닝 2실점으로 팀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시즌 8승(3패 1세이브)으로 류현진(한화) 장원준(롯데) 윤석민(KIA) 박현준(LG)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승 공동 1위 그룹에 합류했다.
경기 전부터 제법 비가 내려 우천 취소 가능성이 높았지만, 조규제 불펜코치는 로페즈의 긴장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오후 6시30분까지 취소 결정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게임을 한다고 가정하고 몸을 준비하라”고 주문했고, 이는 효과적으로 맞아 떨어졌다.
로페즈가 3회 선취점을 내주자 동료들은 4회 대거 4점을 뽑는 등 팀 타선의 도움도 받았다. 로페즈는 비록 5이닝 뿐이었지만, 롯데전 승리를 챙기며 2009년 6월 21일 사직경기 이후 자이언츠 상대 개인 5연승을 내달리며 ‘거인 킬러’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로페즈는 경기 후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는 게 기쁘다. 나머지 경기에서 더 집중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뒤 “타자들의 도움으로 여덟번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했다.
강판 후 덕아웃에서 게임을 지켜보며 휴식을 취했던 그는 29일 만약을 대비한 검진차 서울로 이동할 예정. 우려의 시선을 염려한 듯 그는 “팔꿈치는 현재 문제 없다. 강판을 안 해도 되는데, 아마도 벤치에서 나를 보호해 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면서 “오히려 선발투수로 많이 던지지 못해 팀에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실력은 있지만 성격이 독특해 ‘속 썩이는 용병’에서 어느덧 ‘효자 용병’으로 탈바꿈한 로페즈다.
사직 |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