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8일 이후 436일 만의 2위라나요. 6월 28일 삼성에 1위를 내준 SK의 장기집권은 극적이게도 김광현의 광주 불패, 송은범의 한화 불패가 깨지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SK는 23일 KIA전에서 2-8로 대패했는데 김광현의 데뷔 첫 광주구장 패전이었죠. 2007년 5월 13일(김광현의 프로 첫 승)부터 이어온 광주 6연승은 최다 투구(147구), 최다 피안타(14개), 최다 피홈런(3개)이 쏟아지며 끝이 났죠. 이어 28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2008년 8월 29일부터 계속된 송은범의 한화전 6연승마저 마감됐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SK 김성근 감독에게 김광현, 송은범은 각별한 ‘아들들’입니다.
김광현은 김 감독이 SK에 부임한 2007년 데뷔했으니 낳아서 기른 자식에 해당됩니다. 송은범은 야구에 집중을 못하고 방황하던 중 김 감독을 만나서 마음을 잡아 각성했죠. 2007년 우승 후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김광현을 두고 “그냥 투수가 아니라 한국야구를 책임질 투수가 될 것”, 송은범을 두고 ‘이제 투수가 됐다’가 아니라 “이제 사람이 됐다”고 표현한 기억이 납니다. 실제 2008년부터 성적은 일취월장했죠.
#둘의 천성은 화성인,·금성인처럼 다릅니다. 김광현은 갈수록 감독을 어려워합니다. ‘유의태가 허준에게 그랬듯’ 유독 모질게 단련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죠. 호텔 방에 김광현을 세워놓고 몇 시간씩 야단친 적도 있고, “류현진 던지는 것 보고 배우라”는 자극까지 가했죠. 반면 송은범은 김 감독을 살갑게 대합니다. 감독이 꿀밤을 주려 하면 웃으며 도망가지요.
감독을 잘 아는 야구인들이 더 놀라더군요. 간혹 김 감독이 마운드에 직접 올라올 때면 김광현은 부동자세로 얼굴에 잔뜩 군기가 들어가는데 송은범은 별 변화가 없죠. 김광현은 두 번째로 2군에 가 있고, 송은범은 팔꿈치가 정상이 아니라 등판마다 불안합니다. 어쨌든 둘 없이 SK의 V4는 난망합니다. 안 좋을 때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아버지의 비원에 아들들이 응답할 때 같네요.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